재정경제부 금융정책 담당자들의 표정이 최근 한결 밝아졌다. 좀처럼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던 증시와 자금시장이 어느 정도 정상궤도에 접어드는 분위기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자금시장 선(善)순환’과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유입’ 보도자료를 내놓는 등 적극 홍보에도 나섰다.
설 연휴 전날인 22일 코스닥지수는 80선을 돌파하며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종합주가지수는 630선에 육박했다. 꽁꽁 얼어붙었던 회사채 시장에서도 활기가 느껴진다. 웬만한 기업은 외면당했던 서울 명동 사채시장에서는 중견기업 어음 할인이 다시 이뤄지고 있다. 올 들어 코스닥시장에 투자해 재미를 봤다는 주식투자자들도 눈에 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반응은 다소 다르다. D증권 관계자는 “현재의 금융시장 흐름이 바람직한 것은 분명하지만 실제로 그만큼 내실이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인체로 비유하면 이제 막 피가 돌기 시작한 단계”라고 말한다. 정부의 자금시장대책 및 증시대책 추진, 50조원이 투입될 2차 공적자금 운용, 예산 조기집행 결정, 외국인자금 유입 등에 따라 돈이 몰려드는 ‘금융장세’가 연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업 수익증대를 예상한 ‘실적장세’라고 보기는 아직 어렵다는 설명.
이런 가운데 우리 경제에 영향이 큰 주요 해외변수도 최근 함께 나빠지는 양상이다. 일본 엔화가치는 계속 약세를 보이는 데다 작년 말 하향안정세로 돌아섰던 국제유가는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미국 경기 둔화조짐을 경고하는 지적도 나온다.
지나친 ‘경제위기론’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는 꽤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러나 실상 이상으로 경제를 어둡게 보는 시각 못지 않게 앞에 놓인 ‘지뢰밭’을 일부러 외면하고 섣부른 낙관론에 들뜨는 것도 위험하다. 지난해 4·13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앞장서 터뜨린 샴페인이 우리 경제를 얼마나 멍들게 하고 소액투자자들에게 눈물을 흘리게 했는지를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