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부친(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 전 대통령)에 이어 백악관 주인이 됨에 따라 대통령을 2명이나 배출한 부시 가문이 저력 있는 정치명문가로 확고한 자리를 굳히게 됐다.
20일 있은 부시 대통령 취임식에는 공식 초청을 받은 가족과 친지 155명을 포함해 수백명의 친인척이 참석해 ‘가문의 영광’을 거듭 빛낸 부시 대통령을 축하했다.
부시 가문이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부시 대통령의 조부 프리스콧 셸던 부시 때부터. 성공한 사업가이자 금융인 출신인 그는 52년부터 63년까지 코네티컷주의 연방 상원의원을 지냈다.
이어 부시 전 대통령은 텍사스주에서 석유사업으로 가세(家勢)를 키운 뒤 유엔 주재 대사와 중앙정보국장, 부통령을 거쳐 백악관을 차지했다. 또 부시 대통령의 동생 젭 부시(본명 존 엘리스 부시)는 플로리다주 상무장관을 거쳐 현재 이곳 주지사로 활약하고 있다.
부시 가문은 이처럼 3대에 걸쳐 정치인을 배출했지만 ‘정치왕조’라는 세평에는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사촌 존 엘리스는 “언론에선 정치왕조라는 표현을 쓰지만 집안에선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없다”며 “부자 대통령은 드문 사례일 뿐 정치적인 왕조와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부시 가문은 특유의 돈독한 우애를 바탕으로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부시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젭 부시 주지사는 개표 당일 플로리다주에서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가 승리했다는 최초 보도가 나오자 형에게 눈물을 흘리며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부시 대통령은 그후 플로리다주의 재검표를 둘러싼 35일간의 법정 다툼 끝에 간신히 승리했다. 이 때문에 부시 대통령의 당선에 동생이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비난이 나오기도 했다.
젭 부시 주지사는 대선을 며칠 앞두고 형이 24년 전 음주운전으로 체포된 전력이 폭로됐을 때도 적극적으로 형을 두둔, 뜨거운 형제애를 과시했다. 또 부시 주지사의 아들 조지 프리스콧 부시(텍사스대 법학대학원생)도 스페인계 유권자 공략 등 삼촌의 선거운동을 열성적으로 지원했다.
부시 가문의 우애가 유달리 두터운 것은 가정의 가치와 가족간 협동을 중시하는 중서부 지역 특유의 정서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이에 동기애를 특히 강조하는 가정교육이 가미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재 가문의 ‘대표 주자’라 할 수 있는 부시 대통령의 뛰어난 친화력과 동생인 부시 주지사의 차분하고 점잖은 성격이 상호 보완작용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 역사상 부자(父子) 대통령의 전례로는 2대 존 애덤스(재임 1797∼1801년)와 그의 아들인 6대 존 퀸시 애덤스(재임 1825∼1829)의 경우가 있다. 하지만 애덤스가는 무려 24년이란 갭을 보이고 있지만 부시 전 대통령(89년1월∼93년1월)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불과 8년 간격을 두고 부자가 대통령이 됐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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