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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냄새없는 김치' 만든 김선영씨

입력 | 2001-01-25 18:48:00


매일 김치담그는 남자. (주)두산 김치연구소의 김선영(金善永·37)상품개발팀장은 지난 6개월 간 하루도 빠짐없이 댓포기씩 김치를 담갔다. 맨입에 김치만 먹으면 맵고 짜니까 연구실에서 밥도 한솥씩 지어 밥으로 입을 가셔가며 김치맛을 보았다. 옷에는 항상 김치냄새가 배어있어 만원버스 타기가 미안할 정도였다.

▼입냄새 걱정 이젠 끝▼

그런데 요즘은 당당하게 만원버스를 탄다. 김치먹고 금방 사람을 만나도 상관없다. ‘냄새없는 김치’개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파 마늘 생강 고춧가루…보통 김치에 들어가는 양념 다 넣습니다. 겉보기도, 맛도 보통김치와 똑같습니다. 다만 먹고나서 냄새가 나지 않을 뿐이죠.”

김팀장의 얼굴엔 자신감이 넘쳐 흘렀다. 기자가 김치 한조각 먹어보고 증명을 해보았으면 좋으련만 연구소가 강원 횡성군에 있어 김치냄새를 맡는 것은 불가능했다. “한 보시기 가지고 오지 그랬느냐”며 기자가 못내 아쉬워하자 김팀장은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절대 김치냄새가 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거듭 강조했다. 냄새가 난다면 자기 목이라도 내어놓을 기세였다.

‘냄새없는 김치’는 그의 7년 간의 미국생활 경험에서 탄생했다. 1994년 유학을 떠나 위스콘신 주립대에서 식품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따는 동안, 삶이 느끼하고 버거울 때 김치만 먹으면 모든 욕구가 단번에 해결되는 것 같았다.

가만히 보니 미국 내 김치시장의 가능성도 상당히 높아 보였다. 맵고 시큼한 듯하면서도 달짝지근하고 개운한 맛이며, 풍부한 섬유질, 유산균 발효에 의한 항암 항콜레스테롤 성분 등 건강식품으로도 김치를 따라올 만한 게 없었다. 한민족에게 내린 하느님의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아빠 빨리 보내주세요"▼

그렇다면 김치를 미국시장에 팔아보자. 결심을 굳힌 김팀장은 지난해 6월 한국으로 돌아와 김치연구소에 자리잡았다. 외국인이 김치를 기피하는 원인은 첫째가 냄새 때문이라는 농수산유통공사의 조사결과가 나왔다. 냄새를 잡아야 했다. 탈취제 보존제를 넣거나, 방사선을 쪼이는 방법은 고려도 하지 않았다. 아직 미국에 있는 자신의 아이도 먹을 식품인데 ‘위험한 처리’를 할 수는 없었다. 여기서 발효를 전공한 김팀장의 ‘가방끈’이 유리하게 작용한다. ‘저발효취 숙성법’을 고안해 김치 익은 냄새와 먹고 난 뒤 입냄새까지를 잡아낸 것(그러나 자세한 기술원리는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는 없다며 김팀장은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미국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일곱살난 꼬마는 아빠소식을 듣고 “도시락에 김치 싸갈 수 있게 빨리 보내달라”고 난리다.

“목표가 다르면 결과물도 다른 법이지요.”

▼김치전쟁서 큰 몫 기대▼

성공의 요인을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기존 김치관련 연구는 유통기간 연장, 즉 시지않게 얼마나 오래 싱싱하게 먹을 수 있는지를 목표로 삼은 것이 대부분. 이에 비해 김팀장은 김치를 미국시장에 팔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연구목표로 정했기에 ‘냄새없는 김치’를 만들어 지난달 특허출원까지 마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업계에서는 다음달에 시장에 나올 이번 새 상품 덕에 일본의 기무치와 벌이고 있는 한일 김치전쟁에서 한국측이 한결 유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도 경기 안산시에 살고 있는 김팀장의 어머니는 올해도 김장을 담글 것이다. “김치전문가인데 김장 담글 때 좀 도와드리느냐”고 묻자 그는 “나는 대량생산 김치 전문일 뿐 집에서 담그는 김치는 주부들이 전문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