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가 고향인 샐러리맨 J씨(36). 매년 명절 때 고향에 계신 노부모를 뵈러 귀성 전쟁을 치른다. 지난해 추석에는 ‘용감’하게 승용차를 몰고 귀향하는 데 20시간이 걸렸다.
다행히 이번 설에는 비행기표 석장을 구했다. 여섯 살(사실은 네돌이 갓 지났음)짜리 아들이 있었지만 ‘안고 타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며 그와 부인, 처남의 이름으로 예약했다.
뒤늦게 만 2세가 넘은 아이도 표가 있어야 비행기를 탈 수 있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찜찜한 감정을 애써 무시하고 김포공항으로 향했다. 아이가 작아 보이도록 까만 옷을 입혔다.
광주행 비행기를 탔다. “아이가 좀 커 보이는데요”라는 항공사 여직원의 말을 뒤로 한 채….
문제는 귀경길 비행기를 타려는 순간에 터졌다.
“애가 몇 살이지요?”
“서울에서도 그냥 탔는데요.”
“글쎄 몇 살이냐니까요.”
“다섯살이에요.”
애 엄마가 다급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이는 이상하다는 듯 엄마를 쳐다봤다.
“엄마, 떡국 먹었으니까 여섯 살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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