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미식축구리그(NFL)의 한시즌을 마감하는 제35회 슈퍼볼을 앞두고 ‘미국판 도원결의’가 결실을 맺어 화제다.
마이애미대학 선후배 사이인 뉴욕 자이언츠의 제시 암스테드(31)와 볼티모어 레이븐스의 레이 루이스(26).
둘은 94년 대학 졸업생과 신입생의 관계로 인연을 맺은 뒤 7년동안 ‘친형제’처럼 지내고 있는 사이. 이들의 이야기가 29일 펼쳐지는 슈퍼볼과 관련해 미국 전역에서 회자되고 있는 것은 “NFL을 평정하자”던 약속을 이루게 됐기때문.
이번 시즌이 시작되기전 프로 8년차 암스테드가 당시 살인사건과 관련된 ‘고초’를 겪은 루이스를 뉴욕으로 불러 저녁식사를 함께 하며 “우리 2001년 1월28일(한국시간 29일) 탬파에서 만나자”고 제안을 했다. 탬파는 이번 시즌 슈퍼볼이 열리는 곳. 이에 루이스도 “그래. 그렇지만 우승컵은 내가 차지할 거야”라며 전의를 불태웠다.
이 언약후 똑같이 디펜시브 라인백인 이들은 각팀의 수비 주역으로 맹활약, 팀을 슈퍼볼에 진출시켰다.
암스테드는 이번 시즌 16경기에 모두 출전해 팀을 12승4패로 이끌었다. 특히 포스트시즌 미네소타 바이킹스전에서 5개의 태클을 선보이는 등 수비의 핵으로 맹위를 떨쳐 10년만에 팀을 슈퍼볼에 올려 놓았다.
대학 3학년을 마치고 프로에 뛰어든 5년차 루이스는 NFL 최고의 태클러로 명성을 떨치던 지난해 이맘때쯤 큰 곤경을 당했다. 애틀랜타에서 열린 슈퍼볼이 끝난뒤 파티장 부근에서 20대 남자 2명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것. 무죄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다른 혐의자에게 불리하게 증언하는 조건으로 공무집행방해혐의로만 기소됐고 15일만에 석방돼 극적으로 그라운드에 설 수 있었다.
암스테드의 ‘제안’에 고무된 루이스는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는 길은 열심히 뛰는 길밖에 없다며 이를 악물고 뛰었다. 그리고 이번 시즌 184개의 태클을 성공하며 NFL 최고 수비수임을 증명했다. 그가 이끄는 수비팀은 한시즌 동안 역대 최소인 단 165점만을 실했다. 이는 볼티모어가 ‘강철수비’로 명성을 떨치며 사상 첫 슈퍼볼 진출한데는 루이스의 힘이 컸음을 보여주는 대목.
이제 누가 이겨도 지키게 될 ‘약속’이 됐다. 그렇다면 과연 ‘빈스롬바르디 트로피’는 누구의 손에 쥐어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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