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6월 14일 오후 10시10분 인천 문학경기장.
2002 월드컵 예선에서 1승1패를 기록 중인 한국 대표팀이 16강 진출의 사활이 걸린 예선 마지막 경기를 치르고 있다.
전후반 90분이 모두 지나 전광판 시계까지 멎은 상황. 상대 수비수로부터 공을 가로챈 이천수가 오른쪽 코너까지 질주한 뒤 중앙으로 센터링하자 중앙에 있던 고종수가 용수철처럼 튀어 올라 헤딩슛을 성공시키며 결승골을 뽑아낸다.
주심의 종료 휘슬과 함께 “한국 16강 진출입니다”라는 장내 아나운서의 목멘 멘트가 경기장에 울려 퍼지면서 문학경기장은 한국 축구 사상 최초로 월드컵 16강 진출을 일궈낸 장소로 영원히 기억된다.
이 얘기는 가상으로 본 인천 문학경기장의 미래다.
내년 5월 31일 개막하는 2002 월드컵에서 한국팀 마지막 예선 경기를 포함해 모두 3경기를 치르게 되는 문학경기장은 관중수용 규모에서 서울, 부산, 대구에 이어 우리나라 10개 월드컵 경기장 중 네 번째 규모를 자랑한다.
5만2179명을 수용할 수 있는 문학경기장은 지하 1층, 지상 5층, 연면적 9만5226㎡ 규모로 15일 현재 73%의 공정을 보이고 있다.
객석층 골조공사와 스탠드 설치 공사, 잔디 식재 공사 등이 지난해 11월까지 모두 마무리돼 경기장의 웅장한 자태는 이미 드러났으며 지붕을 올리는 공사만 남아 있다.
해양도시인 인천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범선의 돛과 돛대 모양으로 만들어진 문학경기장 지붕은 국내 최초로 도입되는 막(幕)케이블공법을 통해 설치된다. 이 공법은 철골 구조물로 지붕을 받치는 기존 방식과는 달리 케이블들의 당기는 힘을 이용해 지붕을 지탱하는 공법으로 조형미와 안전성 면에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15일엔 지붕을 받치는 24개 주요 기둥 중 첫번째 기둥이 본부석 맞은편 스탠드 상단에 성공적으로 설치돼 전체 공사 중 가장 어려운 지붕공사의 성공적 마무리를 암시했다.
인천종합건설본부는 지붕공사와 전광판, 조명 설치공사 등 남은 공사들을 올해 말까지 끝마침으로써 7년 5개월간의 대역사(大役事)를 마무리짓는다는 방침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단순한 경기장 하나를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후손에게 물려줄 ‘꿈의 구장’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인천시, 시공사, 감리단 등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내년 3, 4월경 문학경기장에서 프랑스 월드컵 대표팀과 한국대표팀의 친선경기를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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