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조지 W 부시 공화당 행정부와 김대중(金大中) 정부의 ‘궁합’은 어떨까.
한미간 공조협력관계는 역대 정부의 정치적 성향과 일정한 함수관계가 있었다는 게 일반적인 지적.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김대중 정부와 보수적인 부시 공화당정부간의 ‘파트너십’은 어떤 궤적을 그릴까.
정치학자들은 “한국의 권위주의 정부들은 보수적인 미 공화당 정부와 ‘반공(反共)’이란 공동이념 아래 비교적 호흡이 잘 맞았지만 인권 등을 중시하는 진보적인 민주당과는 불협화음이 많았다”며 “이번 두 정권은 새로운 실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냉각관계〓박정희(朴正熙) 정권과 지미 카터 정부의 궁합이 최악이었다. 77년 11월 한국의 한 고위관리가 박정희대통령에게 “카터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와 인권으로 각하를 괴롭히는 것이 미워서 우리 집 강아지 이름을 ‘지미’와 ‘카터’로 지었다”고 보고했다는 일화가 나돌 정도였다.
빌 클린턴 대통령도 ‘재임기간 중 통일 부총리를 진보 보수 중도 성향의 인물로 5차례나 바꾸는 등 대북 정책에 일관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이유 등으로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의 관계가 편치 않았다.
▽밀월관계〓전두환(全斗煥)대통령의 5공화국과 로널드 레이건 정부의 궁합은 최상. 전대통령은 81년 1월 레이건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그와 정상회담을 가졌고 미국은 주한미군 철수계획 전면취소 등을 약속했다. 이로 인해 국내에선 반미문제가 본격화될 정도였다.
이에 앞서 72년 유신으로 미국 내에 반한(反韓) 분위기가 한창 고조될 때 제럴드 포드 대통령도 74년 11월 방한해 △한국군의 월남 파병을 높이 평가하고 △한국에 대한 변함 없는 지지를 약속했다.
김대중대통령과 클린턴대통령은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정권끼리 사이가 좋았다. 두 정상은 대북 포용정책을 위해 시종 긴밀한 공조를 유지했다.
▽김대중 정부와 부시 정부〓미국이 공산권과의 데탕트정책을 펼 때 한국의 권위주의 정부가 긴장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정부 관계자들은 말했다.특히 대북 정책을 둘러싸고 두 정권 사이에 정치적 성향과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차이가 있어 불협화음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부시대통령의 측근참모 역할을 할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방부차관보는 ‘햇볕정책’이란 용어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질 정도.
그러나 과거 한국과 미국이 인권문제 등 한국 국내사정을 두고 갈등을 빚었던 상황은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며, 대북 정책도 충분한 대화를 통해 해결해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양국 정부가 충돌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미국 전문가인 고려대 함성득(咸成得·대통령학)교수는 김대중 정부와 부시 행정부는 “솔직히 ‘낯선 관계’”라고 말하고 “양자가 서로 익숙해질 때까지 많은 인내와 시간이 필요하고, 그래서 한미 정상회담의 조속한 개최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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