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기가 거의 사라지고 부드러운 육질을 지녀야만 횟감으로 치는 일본인과는 달리 우리는 ‘펄떡 펄떡’ 요동치는 놈을 골라잡아 먹어야 직성이 풀린다. 들짐승보다 훨씬 부드러운 편이지만 그래도 쫄깃한 맛을 지니고 있어야 ‘일품 생선’으로 꼽기 때문이다.
육질이 탄력이 넘치면서도 입에서 살살 녹는 복요리는 눈보라치는 겨울철에 맛이 더하다. 특히 복요리 중 백미이면서 바다횟감 중 최고급으로 대우받는 참복회는 더할 나위 없다.
서울 중구 충무로2가 중부경찰서 옆 일식집 ‘자판’(02―2279―3945)에서는 11월 말부터 2월 말까지만 참복회를 판다. 가격은 시세에 따라 약간씩 변하지만 요즘엔 1인분에 5만원이고 탕(지리)은 횟감보다 5000원 싸다.
백지장처럼 얇게 포를 뜬 20여점을 접시에 담아 내놓는 주방장의 ‘칼솜씨’가 다소 야박스럽게 보이지만 입안에 들어가는 순간 “이건 예술”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회를 담은 접시바닥 무늬가 선명히 비칠 만큼 얇은 복회 한 점을 접시 가운데에 잘게 썰어 놓은 복껍질로 쌈을 싸 먹으면 쫀득함과 부드러움이 입안에서 교차된다.
참복 껍질은 겉, 중간, 속 등 3종류로 우윳빛에서 검은빛까지 서로 색깔을 달리하며 까치복 껍질처럼 쫄깃한 맛이 거칠지도 않다.
작은 도자기병에 담은 청주를 펄펄 끓는 물에 넣고 섭씨 60도로 중탕시킨 ‘히레술’ 한잔이 복회와 잘 어울린다. 서늘한 곳에서 3, 4일간 말린 참복 지느러미를 청주에 넣고 황금색으로 우려냈기 때문에 취기도 금세 올랐다 쉽게 가시는 것 같다.
점심시간에만 파는 회, 튀김 등을 넣은 일본식 도시락(1만1000원, 1만5000원)도 직장인들이 줄을 설 만큼 인기다.
주인 양기찬씨(38)는 20년간 일식집 주방생활을 해온 베테랑. 양씨는 이 식당을 30여년간 운영하던 일본 스모선수 출신 교포로부터 요리법을 전수받았으며 98년 경영권도 인수했다.
식탁으로 된 1층과 다다미방인 2층을 합해 모두 70여석이며 복요리 외에 모둠회 등 20여가지의 메뉴가 있다. 식당 옆 사설주차장은 저녁시간에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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