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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북스]'이데이 노부유키의 CEO학'

입력 | 2001-01-26 18:35:00


◇이데이 노부유키의 CEO학

다카라베 세이이치 지음, 윤종용 외 옮김

178쪽 8500원 연합뉴스

인터넷과 정보 기술로 대표되는 디지털 네트워크 혁명 시대에 전통적인 대기업은 어떻게 변신해야 하는가? 대기업을 이끌고 있는 CEO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책은 전통적인 가전 업체에서 벗어나 게임, 엔터테인먼트, 금융, 네트워크 플랫폼 사업자로 변신한 소니와 이러한 개혁을 주도한 이데이 사장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세계적인 기업 소니를 변신시킨 최고책임자답게 이데이 사장의 철학과 시각은 독특하다.

이데이 사장은 기업의 목표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하나는 이익을 창출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시가 총액을 높이는 일이다. 이 중에서도 소니의 주가를 높이기 위해 열정적으로 노력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저자의 질문에 이데이 사장은 놀랍게도 ‘매수에 대한 공포’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독자들은 소니같은 일류 기업이 다른 회사에 M&A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글로벌 시대에 외국인 투자는 이미 보편화되었고, 특히 높은 주가를 무기로 한 IT 기업이 기존 기업을 M&A하는 일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2000년1월 작은 벤처 회사 AOL이 세계 최고의 미디어 그룹 타임워너를 매수한 것이 대표적인 예. 결국 이데이 사장은 어떤 기업도 M&A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시각 총액을 높이는 것만이 매수의 위협에서 벗어나는 방안임을 간파하였다.

또한 소니처럼 과거의 화려했던 성공 체험이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기업은 변화를 이끌어내기가 무척 어렵다. 하지만 이데이 사장은 AV 가전 업체라는 기득권을 포기하면서 ‘E소니’로의 변신을 주도했다.

특히 이데이 사장은 현재의 디지털 혁명을 3단계로 나누어 주목을 끌었다. 인터넷 기업을 중심으로 기존 질서를 파괴한 1단계와 기존 기업의 필사적인 변혁과 반격이 시작된 2단계를 거쳐, 이제는 인터넷 기업과 기존 기업이 상호 보완적으로 융합하는 혁명의 3단계로 접어들었다고 그는 주장한다.

그 결과 1998년 소니 가전 부문의 매출액은 4조6000억엔으로 7800억엔을 달성한 게임 부문보다 크지만 영업이익 측면에서는 오히려 게임 부문이 1306억엔으로 가전 부문의 1301억엔을 앞서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데이 사장은 소니의 사업 구조와 경영 프로세스를 개혁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소니의 독특한 기업 문화와 제도를 계승 발전시키고 있다.

즉, 사원 자신이 원하는 일을 선택할 수 있는 사내 공모제도, 재입사는 물론 중도 입사까지 가능한 파격적인 인사 제도, 원활한 구조조정을 위한 주식교환 제도 등을 과감히 도입해 창업 이후 소니의 상징인 창조와 도전 정신을 더욱 북돋우고 있다. 국가와 기업 등 조직에게는 강력한 비전이, 개인에게는 독특한 창조성이 요구되는 21세기에 우리 경영자들에게도 이데이 사장 같은 새로운 리더십을 기대해 본다.(가톨릭대 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