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가능성, 환경산업
박종식 김태용 지음
292쪽 1만5000원 삼성경제연구소
지난해 시드니올림픽이 열렸던 홈부시베이 스타디움 내부의 식당은 재활용품의 천국이었다. 모든 컵과 식기는 플라스틱병을, 스테이크를 써는 나이프는 옥수수 전분을, 의자와 테이블은 폐지를 재활용한 것이다.
300여종의 환경제품은 호주의 비지(VISY)사가 세계 진출을 노리고 200만 달러를 들여 개발했다. 특히 나무 제품보다 가볍고 가격은 절반 수준인 재활용 종이가구는 올림픽 기간 중에 100만 달러의 계약을 체결하는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환경산업이 한 나라의 선택과목이 아닌 필수과목이 된지는 오래 전의 일이다. 시드니 시내의 쓰레기를 수거하던 일개 회사가 환경기업으로 변신하는데 사운을 걸 정도다.
이에 비해 먹고 살기 급급한 우리의 환경 마인드는 아직 초보 수준이다. 그래서 대기와 수질을 보호하려는 세계적인 규제가 우리 굴뚝 산업의 발목을 잡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벌써 이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공격적으로 발상을 바꾼다면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환경산업에서 ‘노다지’를 발견할 수 있다. 오랫동안 이 분야에서 일하면서 그 가능성을 연구해온 두 저자도 ‘환경산업이 큰 돈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은 환경시장에 대한 각종 통계와 자료로 그 잠재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짚어본 실증적인 보고서다.
저자는 우선 ‘환경산업’의 개념을 시대에 맞게 재정의한 뒤 선진국의 발달 사례를 차분하게 고찰한다.
이에 따르면 환경산업은 구미나 일본처럼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는 돼야하는 선진국형 산업이자 각종 관련기술이 어우러진 종합 산업이란 성격을 갖는다. 그렇다면 1인당 GNP가 1만 달러 수준에다 많은 기술을 외국에 의탁하는 우리는 먼 산만 바라봐야 하는가?
저자는 우리의 환경산업 시장 규모가 쾌속 성장 중이란 점에서 가능성을 발견한다. 1999년 기준으로 약 9조원 수준에 이르며 매년 20% 이상 성장하고 있다는 것. 선진국보다 한 발 늦었지만 정부 주도로 환경산업의 수요를 확장시킨다면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현재 환경산업의 70% 정도를 담당하는 공공기업의 역할을 민간기업으로 이양하는 과정이 병행돼야 한다고 밝힌다.
각론으로 접어들어서는 환경산업체에는 장기적으로 전도가 유망한 핵심분야에 경영역량을 집중시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저자는 분야별 시장성을 면밀하게 분석한 결과 첨단 환경기술에 정보기술과 바이오기술을 접목시킨 ‘21세기 환경산업의 성장엔진’ 10가지를 추천한다. 가연성 폐기물을 열분해시켜 가스는 에너지로, 잔재물은 건축자재로 재활용하는 ‘가스화 용융 설비사업’ 등이다.
이 분야는 대기업보다 환경산업의 시장변화에 적응력이 뛰어난 벤처형 환경전문 기업에 유리한 영역이라면서 업체들을 독려한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이 환경기술 중 상당 부분을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들여오면서 국내에서만 사용하도록 제한받는 것이 현실이다. 저자는 수입기술을 적절히 변용시키고 상품화시킨다면 동남아 시장 정도에는 충분히 진출해 성공할 수 있으리라 낙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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