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전략 보고서
이영작 지음
593쪽 2만5000원 나남출판
선거는 잔혹한 경쟁이다. 선거에서 이긴 자는 100%를 얻고, 진 자는 아무 것도 얻지 못한다. ‘전부 아니면 무’(All or Nothing)의 게임인 셈이다. 전쟁보다도 더 치열한 경쟁인 선거에서 전략 전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 정치상황에서는 선거 전략과 전술을 무시하거나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지역감정에 의한 단순한 전략이 가장 잘 먹혀들기 때문에 다른 방법은 쓸 필요성이 별로 없기 때문일까.
김대중 대통령의 처조카인 저자가 발간한 대통령 선거전략 보고서는 선거 전략을 체계적으로, 생동감 있게 다루고 있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97 김대중 대통령 만들기’라는 부제에서 볼 수 있듯 최측근 선거참모였던 저자가 95년 서울시장 선거부터 97년 대선까지 김 대통령에게 제시한 다양한 선거전략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런 정치적 민감함 때문에 98, 99년 두 차례나 책의 출간이 무산되기도 했다.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능력있고 정직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을 수 있도록 하는 수준높은 선거전략이 필요하고, 그것이 우리 선거문화를 올바르게 정착시켜야 한다는 것.
때문에 김 대통령의 당선기를 기대하거나 ‘97년 김 대통령 당선은 김대중 이회창 이인제 간의 3자 대결 구도에 의한 지역감정의 분열 효과 때문’이라는 식으로 이 책을 본다면 책의 의도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
김 대통령이 어떤 효과에 의해 당선됐다는 결과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 김 후보가 어떤 선거전략을 취했는가 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책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3자 대결’이라는 좋은 조건을 지켜내기 위해 어떤 전략을 썼는지에 더 초점을 맞추고 봐야한다는 것이다.
선거 결과가 아닌 선거 과정에 대한 책이기 때문에 일반 유권자들도 이 책을 통해 선거와 정치를 이해하는 시야를 넓힐 수 있다.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