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념(陳稔) 재정경제부장관은 26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근 파문을 일으킨 스위스 다보스회의 불참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진장관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설연휴 동안 청와대에 머물면서 경제살리기와 대북정책 등 국정구상을 하고 있었고 이기호(李起浩) 경제수석비서관이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 재경부장관마저 자리를 비우기 어렵다고 판단해 다보스회의에 불참키로 했다”고 말했다. 또 “사전에 여러 의견을 들은 것은 사실이지만 최종결정은 내가 했다”며 “이번 결정이 잘못됐다면 모두 내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관계자 "진장관 뜻 아니다"▼
진장관의 해명은 이번 출장 포기 후 일고 있는 비판의 불똥이 청와대, 특히 김대통령에게까지 번지지 않도록 자신의 선에서 막으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 A씨는 “다보스회의 불참결정은 진장관의 뜻이라기보다 청와대의 종용에 의한 것이었다”고 했다. A씨는 “21일만 해도 진장관은 공식수행원 5명과 함께 출국준비를 했으나 22일 오후 수행원들에게 출국취소 통보가 내려왔다”며 “관련 공무원들은 갑작스러운 결정에 당황한 나머지 기자들과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끄고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재경부 관계자들은 이번 결정이 개각과 관련된 것으로 받아들였다는 것.
▼"국조 빠지면 곤란" 與서도 만류▼
진장관은 22일 국무회의 후 청와대측으로부터 다보스회의 불참권유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주당도 30일까지로 예정된 공적자금 국정조사와 관련, 야당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출장을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장관의 다보스회의 불참결정은 개각구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설도 있다. 청와대는 한때 경제부총리 임명을 26, 27일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했는데 이 경우 진장관이 해외에 머물고 있으면 유임이든 교체든 어느 쪽도 부담이 된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개각과 무관하지 않은듯▼
경위야 어찌됐든 진장관이 해외출장을 취소한 것은 단견이었다는 지적이 재경부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다보스회의가 비록 비공식회의이지만 세계 각국의 핵심인사들이 대거 참여하는 주요회의인데다 갈수록 그 중요성이 더 부각되는 만큼 불참에 따른 손실이 크다는 것. 또 경비문제에 대해서도 “한덕수(韓悳洙) 통상교섭본부장이 대신 참석했기 때문에 결과는 마찬가지”라며 “국내문제에 너무 매몰됐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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