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과학/제인 그레고리 지음/김희정 옮김/464쪽, 1만8000원/지호
과학자, 과학저술인, 과학문화 활동가, 과학저널리스트 또는 과학교육자까지도 과학이 대중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쉽게 설명해내지 못한다. 과학대중화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쉽게 인정하지만, 과학이 대중들의 생활과 정신 속에 어떻게 살아 숨쉬며 기능하고 있는지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한다.
과학대중화란 단선적인 메커니즘을 갖고 있지 않다. 대중은 과학을 어떻게 생각하며, 과학자들은 대중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리고 대중매체는 이 둘을 어떤 방식으로 이끌어가고 있는가 등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복잡계이다.
이 책(원제 ‘Science in public’)은 바로 이러한 궁금증의 실타래를 미국과 영국의 과학대중화 역사와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차분하게 풀어준다.
저자는 최소한 과학대중화로 인해 과학계가 얻는 혜택, 국가 경제가 입는 이득, 개인이 취득하는 혜택 등을 조목조목 살펴보고 난 뒤 민주 사회 전반에 미치는 과학의 영향을 논의해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과학이 인류의 복지 증진에 기여한 만큼 과학을 보는 모든 이들의 눈이 따뜻하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엄청난 착각이다. 흔히들 과학을 널리 알리면 알릴수록 과학을 사랑하는 사람이 늘어나리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현실은 그렇지만은 않다. 대중은 과학을 칭송하고 받아들이는 만큼 과학을 비판하고 피할 준비도 갖추고 있다.
그것은 바로 과학이 갖고 있는 ‘두 얼굴’ 때문이다. 이 책에서 예를 들고 있는 영국의 쇠고기 파동이나 미국의 사과 파동도 그렇고, 사회적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채 진행되는 복제를 비롯한 생명공학적 결과들이 대중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도 오늘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과학과 대중의 ‘멋진 만남’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이 책에는 양초 하나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파인만을 비롯해 몇 가지 훌륭한 사례가 소개돼 있다.
이 사례들 속에서 저자의 주장은 보다 분명해진다. 대중을 과학커뮤니케이션의 수동적이고 잠재적인 청중이 아니라 과학계와 과학의 산물이 번창할 수 있는 시스템의 적극적인 일원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중화란 과학의 지식을 공유하는 것 뿐 아니라 부분적으로 과학의 지식을 만들어내는 행위이기도 하다.
이 책은 올바른 과학대중화를 위해 과학문화재단에서 기획한 시리즈의 첫 번째 주자답게 우리 사회의 과학커뮤니케이션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두희(동아사이언스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