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중국)에서 생각하기 나체의 본질에 대하여/프랑스와 쥴리앙 지음/쇠이으출판사
파리의 올 겨울은 중국 물결로 출렁인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중국 출신의 프랑스 작가 가오싱젠의 작품들은 지난해 10월 수상 이후 하루 4000부의 판매를 기록했다.
‘프티 팔레 (작은 궁전)’에서는 1월말까지 ‘중국 황제들의 영광’이라는 제목으로 중국 황제들의 묘에서 발굴한 유물들을 전시하고, 파리 북부의 ‘시테 드 라 뮤직(음악의 시)’에서는 2월말까지 중국의 각종 전통 음악을 소개한다.
특히 설날을 맞아 파리의 곳곳에선 1주일 전부터 전통 의복을 입은 중국인들의 시가 행진 등 다양한 중국식 새해 축제가 벌어지고 있으며, 시내의 한 백화점은 한 달 동안 중국의 마지막 황제가 이용한 기차의 모형을 만들어 전시하고 있다.
연말연시 중국 문명을 소개한 책들도 쏟아져 나왔다. 자본주의 발전에 미친 기독교와 유교의 역할을 비교한 막스 베버의 ‘유교와 도교’가 처음 프랑스어로 번역 출간됐고, 호화장정판 ‘중국의 만리장성’, 고대 중국인의 신성의식(神聖儀式)을 강조한 ‘중국의 예술과 지혜’, 중국의 화조화(花鳥畵)에 주석을 붙인 ‘어느 곳에서 노래가 솟아 나오는가’ 등이 출판됐다.
이들 책이 대부분 중국 자체를 위한 연구라면, 파리 7대학 중국학 교수로 철학국제대학장을 역임하기도 한 프랑스와 쥴리앙의 최신 연구서 ‘밖에서 생각하기’와 ‘나체의 본질에 대하여’는 중국을 통해 서양 철학을 재검토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관심을 끈다.
저자는 이 방면에 이미 10여권의 저서를 내놓았고, 그 책들은 13개국어로 번역되었다. 그 중 ‘무미건조의 예찬, 중국의 사상과 미학’(1991), ‘도덕의 근본, 맹자와 계몽주의 철학자의 대화’(1995)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중국학자보다는 철학자로 불리기를 원하는 그는 서양철학을 밖에서 바라볼 때 더욱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그의 바탕인 그리스 사상과 거리를 두고 밖에서, 낯설게 그의 자명성과 보편성에 대해 질문한다.
대담 형식으로 이뤄진 ‘밖(중국)에서 생각하기’는 중국사상과의 대면을 통해 위기에 처한 서양철학을 다시 확립하려는 의지를 잘 보여준다.
‘나체의 본질에 대하여’에서 그는 중국예술에 거의 부재하는 나체가 왜 서양 예술에서는 늘 중요한 창조의 대상이 되고 있는지 두 세계에서 나체의 의미를 밝힌다.
프랑스 대중이 전시와 행사, 그리고 음식 등을 통해 중국을 친숙하게 생각한다면, 프랑스와 쥴리앙의 저서들은 그들에게 두 사상의 깊은 이질성을 먼저 깨닫게 한다.
조혜영(프랑스 국립종교연구대학원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