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핸드 서비스 리턴으로 매치 포인트를 장식한 순간 그녀는 환희의 눈물을 쏟아냈다. 그랜드슬램 우승의 꿈을 이루는데는 ‘강산이 한번 변한다’는 세월도 더 걸렸다. 제니퍼 카프리아티(25·미국)가 영욕의 시간을 뚫고 마침내 부활의 꽃망울을 터뜨렸다.
27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시즌 첫 메이저 테니스대회인 호주오픈 여자단식 결승.
12번 시드의 카프리아티는 그동안 5차례 싸워 단 한번도 이겨보지 못했던 세계 최강 마르티나 힝기스(스위스)를 2―0(6―4, 6―3)으로 완파하고 우승했다.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로 우승상금은 47만3385달러.
이번 우승으로 카프리아티는 다음주 발표되는 세계랭킹에서 7계단 오른 7위가 된다. 18세 때인 94년 1월16일 세계 9위에 랭크된 뒤 하향곡선을 그리다 7년여만에 다시 ‘톱10’ 진입을 이루는 것.
경기가 끝난 뒤 마음 고생이 심했던 코치인 아버지 스테파노와 포옹하며 기쁨을 함께 한 카프리아티는 “우승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내 자신과 가족들이 해낼 수 있다고 굳게 믿었던 덕분”이라고 감격스러워했다.
‘쉽게 핀 꽃은 금세 진다’는 말처럼 카프리아티도 그랬다. 14세 때인 90년 프로에 뛰어들어 어린 나이로 3차례나 메이저대회 4강에 오르며 수백만달러를 벌어들였다. 하지만 10대 중반의 어린 나이에 투어생활의 강행군과 승부세계의 치열함은 감당하기 힘들었던지 방황을 시작했고 마약 복용과 절도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그러나 힘겨운 나날 속에서 재기를 다짐한 카프리아티는 99년 프랑스오픈과 US오픈에서 잇따라 4회전에 오르며 전성기 기량을 되찾았고 이번 대회에서 우승 후보로 꼽히지 않았으나 린제이 데이븐포트와 힝기스를 잇달아 침몰시키며 우승,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한편 강적인 ‘윌리엄스 자매’를 연파하며 기세를 올렸던 힝기스는 99년 이 대회 우승 이후 메이저 대회에서 4차례 결승에 올랐으나 모두 준우승에 그치는 비운을 곱씹었다. 특히 이 대회에서는 2년 연속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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