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고 있는 주식인 쌀의 유전자 정보(게놈)가 거의 완전히 해독됐다.
스위스의 신젠타와 미국의 미리어드 제네틱스 등 2개의 생명공학회사는 3년간의 작업 끝에 쌀의 유전자 정보를 99.5% 해독해 유전자 지도를 작성했다고 26일 밝혔다.
쌀의 유전자 정보 해독은 식물로는 지난해 애기장대에 이어 두 번째지만 곡물로는 처음이다.
쌀의 유전자 정보(4억3000만개의 염기쌍)는 다른 곡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순하지만 옥수수(30억개의 염기쌍) 등 유전자 정보가 훨씬 복잡한 곡물과 흡사한 점이 많아 다른 곡물들의 유전자 정보 연구에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생명공학자들은 이번 쌀의 유전자 정보 해독으로 새로운 영양소와 강한 생명력을 갖춘 곡물 품종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됐으며 ‘제2의 녹색혁명’을 위한 분수령이 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하지만 이번 쌀의 유전자 정보 해독은 염기쌍의 배열을 규명한 것이며 유전자 하나 하나의 기능을 모두 파악한 것은 아니다.
미 토리메사연구소의 스티브 브리그즈 소장은 “유전자 하나 하나의 기능에 대한 연구는 계속 진행될 것이며 곡물업자들이 5년 내로 획기적인 품종을 개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열파나 홍수 등 이상기온에 강한 쌀이나 자연상태에는 없는 비타민이나 영양분을 가진 쌀이 개발될 수도 있다고 브리그즈 소장은 전망했다.
신젠타사는 이번 쌀의 유전자 정보를 학술지나 인터넷에 공개하지는 않겠지만 필요한 연구자들에게는 계약을 해 제공하고 특히 빈농들을 위해 일하는 개발도상국의 농업연구소에는 무상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제개발기구인 액션에이드는 “신젠타는 쌀의 유전자 정보를 확실하게 공유하고 한걸음 더 나아가 쌀의 유전자 지도로 특허를 따내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조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곡물 개량에 관한 신기술을 독점한 선진국의 농업재벌들이 주요 작물을 대량 생산해 개도국의 빈농들은 설 땅이 없어질 것이라고 액션에이드는 우려했다.
한편 신젠타와는 별도로 일본을 중심으로 한 11개국 정부가 쌀의 유전자 지도 작성 작업을 해오고 있으며 미국의 몬산토사는 쌀의 유전자 지도를 만들기 위한 기초정보를 해독한 바 있다.
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