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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리포트]단체장 인사비리 "면장 승진에 수천만원 상납"

입력 | 2001-01-28 18:57:00


민선자치단체장의 인사전횡과 비리가 심각하다. 또 다음선거를 의식한 각종 선심행정과 규제완화로 인한 부작용도 적지 않다.

학연과 지연 등에 따른 정실인사가 비일비재하고 승진과 전보 등을 둘러싼 금품수수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단체장의 부인까지 인사에 개입해 돈을 받는 사례도 다수 드러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일부 단체장들은 이미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해 자기사람 챙기기식의 ‘선거용’인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는 특히 일부 기초단체장들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최근 물의를 빗고있는 민선단체장의 인사비리와 각종 선심행정과 규제완화로 빚어지는 문제점을 2회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

▽인사전횡 및 비리〓일부 지역의 6급직원중에는 면장(5급)승진을 위해 단체장에게 3000만∼5000만원까지 주고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들린다. 전남에서 모 군청의 간부를 지낸 한 인사는 “자식들의 혼사를 앞둔 재력있는 6급직원 중에는 체면 때문에 거액을 주고 면장직을 사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인사청탁과 관련해 하위직은 하위직대로, 간부들은 간부대로 단체장에게 돈을 주어야 한다는 심리적 중압감을 갖고 있다는 게 지방공무원들의 한결같은 증언.

또 일부 단체장의 경우 인사청탁명목으로는 돈을 받지 않지만 인사후 외국방문이나 경조사때 계장이나 과장급은 200만∼500만원, 국장급이상에게는 최고 1000만원까지 상납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전횡도 심각해 경남의 한 시장은 내무과장이 자신의 업무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면장으로 좌천시켰고, 충북 모 시장은 나이로 볼 때 6개월후면 명예퇴직대상인 사람을 부시장으로 임명해 논란을 빚었다.

▽단체장 부인의 인사개입〓전북 정읍시장의 부인은 98년 4월 시장관사에서 7급직원 최모씨에게서 6급으로 승진시켜 달라는 부탁과 함께 2000만원을 받는 등 95년 12월부터 지난해 초까지 6명으로부터 8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최근 검찰에 구속됐다.

전남 광양시장 부인 K씨도 99년초 승진희망자 직원의 부인 등에게서 현금과 황금거북이 등 5700여만원의 금품을 챙긴 혐의로 구속돼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단체장 선거와 비리 연결고리〓현직 단체장이 재선에 나서면 공무원들이 보험성격의 돈을 갖다주는 것이 일종의 관행이다. 전북의 한 군청간부는 “선거때 줄을 서지 않으면 인사에서 불이익을 당해 공무원 생활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어 보험금을 갖다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일부 단체장들은 선거캠프에서 도왔던 친지나 직원들을 도청이나 군청 산하기관 직원으로 특채하는 등 ‘논공행상’을 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이와 함께 일부 단체장들은 경리계장이나 회계과장 등 돈과 관련된 자리에 측근들을 임명해 공사발주 등과 관련해 비자금을 조성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

▽대책〓단체장의 인사전횡과 비리가 심각한 상태지만 이에 대한 제도적 견제장치는 사실상 거의 없는 실정. 지난해말 개정된 지방공무원법에 따르면 단체장의 인사전횡을 막기 위해 민간인을 위원장으로 하는 인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은 민간인이 과반수를 넘도록 했다. 그러나 단체장이 측근을 민간인 위원으로 임명하면 큰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인사전횡이나 비리가 있는 단체장은 정부가 추진중인 주민소환제를 통해 ‘낙마’시키거나 각 지역 시민단체들의 감시를 통해 견제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k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