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이 보내온 E메일 중에는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고 ‘이러저러한 장사를 새로 시작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묻는 것들이 많다. 장사는 점포의 위치가 제일 중요하다고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장소에 자리잡았어도 망하는 사람이 있다. 왜 그럴까? 어설프지만 나는 사람이 하는 일을 크게 4개의 부류로 나눈다. ①사람을 상대로 하는 일 ②기록된 것을 상대로 하는 일 ③무생물을 상대로 하는 일 ④몸으로 하는 일이다.
물론 무슨 일이든지 ④에서 지적한 몸은 필요하다. 그러나 당사자가 휴가를 가도 일이 진행되는 것이 있는 반면 몸에 무슨 탈이 생기거나 자리를 비우게 되면 수입이 없어져 버리는 일도 있다.
예를 들어 의사가 자리를 비우면 환자를 만나지 못하지만 상인은 점원에게 가게를 맡기고 놀러갈 수도 있다. 나는 이것을 ‘육체적 현장성’이라고 부른다. 이런 점에서 ④를 이해하면 된다. 육체적 현장성의 비중이 크면 클수록 자유롭지 못하다.
물론 이 세상 모든 직업에는 이 4가지가 어느 정도씩 섞여 있다. 하지만 핵심적인 부분은 각기 다르다. 사업가와 의사 경영인 음식점주인 상인 영업사원은 ①에서 두각을 나타내야 한다. 변호사와 회계사 교수 경리는 ②에서, 컴퓨터프로그래머 엔지니어 건축사 피아니스트는 ③에서, 농부와 축구선수 발레리나 성악가는 ④에서 각각 탁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을 상대로 하는 일, 즉 ①부류의 일을 할 때 중요한 것은 성격이다. 장사나 사업을 하려고 한다면 사람을 상대해야 하므로 당사자의 성격이 외향적인가 내성적인가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아주 내성적인 사람이 장사를 한다고 치자. 고객에게 인사나 제대로 할 수 있겠으며 미소를 띨 수는 있을까. ②부류에서는 학구열과 응용력이 있어야 한다. ③에서는 창조성이며 ④에서는 육체적 재능이 각각 중요하다고 본다.
망하기 직전의 가게를 찾아내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과정을 보여주었던 ‘신장개업’이라는 TV프로그램(나는 이 프로그램을 녹화해 직원 교육용으로 사용했다.)에서 장사를 못했던 사람들이 모두 내성적인 성격이었음을 기억하라. 내성적인 사람들은 먼저 성격을 고치는데 힘을 써야 한다.
성격을 바꾸지 못하겠다면 외향적인 사람을 앞에 내세우면 된다(하지만 비용이 추가된다). 아니면 ② 또는 ③ ④에 비중이 큰 일을 찾으면 된다. 대인관계에서 생기는 성격상의 문제들로 인해 얻는 스트레스 때문에 정신과상담도 받았다는 30대 독자 한 명은 나와 E메일 상담을 한 끝에 현재 ②(회계)분야로 일을 바꾸었다.
일을 하는데 어떤 약점이 있다면 그 약점이 두드러지지 않는 다른 분야의 일을 찾는게 더 빠르게 성공할 수 있는 길이 되지 않겠는가.(직장인의 능력평가 방법은 신동아 2월호 세이노 컬럼에 실려있으니 참고하기 바랍니다.)
sayno@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