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극화의 개척자'로 불리며 한국만화의 전성시대를 열었던 만화가 故 김종래(金種來) 선생. 그는 1950년 중반부터 25년간 5백여종의 작품을 발표하며 한국만화사에 큰 획을 그은 인물로 평가된다.
일본 만화풍이 팽배해있던 초기 만화계에 독창적인 만화작법을 도입, 한국적인 만화를 선보인 고인은 수준 높은 예술성과 만화철학으로 후배 만화가들로부터 귀감이 되어왔다.
1927년 일본 교토에서 태어나 교토 회화전문학교 동양화를 전공한 그는 47년 군입대 시절 '코주부' 김용환씨의 후임으로 육군본부 작전국 심리전과에 배속받으면서 만화를 처음 접하게 된다. 군 제대 후 군시절 그렸던 작품 '붉은 땅'을 뒤늦게 출판한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만화가의 길을 걷게된다.
1955년 창작만화 '박문수전'을 발표하면서 왕성한 활동을 시작한 고인은 주로 동양화에 바탕을 둔 전형적인 삽화체의 그림들을 그려 독특한 작품세계를 만들어간다. 이때 발표돼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엄마찾아 삼만리'와 '눈물의 별밤' 등은 전쟁의 상처와 시대의 아픔을 잔잔하게 다뤄 지금까지도 중장년층의 기억 속에 한국만화의 고전으로 기억되고 있다.
1960년대에 이르러 김종래 선생은 현실 사회상을 냉철한 시선으로 담아낸 '마음의 왕관' '어머니' '황금가면' 등의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주제의식을 드러내며 전성기를 구가한다. 이후 선생은 시대극 등 극화에 국한되었던 이전 만화들에서 폭을 넓혀 다양한 소재의 작품들인 '곰보부자' '쌍둥이전' 등의 코믹물과 스포츠 만화 '유도'를 발표하기도 한다.
1970년대 김선생은 또 한번의 변화를 시도하는데, 소재의 다양화와 더불어 기존 장편 중심의 형식에서 벗어나 옴니버스 형식의 단편만화를 선보인 일이 그것이다. 이 시기에 발표된 '도망자'는 1969년 초판이 발행된 이래 78년까지 10년 동안 연재가 된 기록적인 만화다. 그 외의 작품으로는 '울지마라 은철아' '갈매기는 울어도' '앵무새 왕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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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주vividr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