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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칼럼]박세영 서치캐스트 대표/성인식

입력 | 2001-01-29 13:10:00


벤처기업의 성장은 어린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되는 것과 같다.

아이가 처음 세상에 나와서 혼자 걷지도 못할 때는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자란다. 마찬가지로 벤처기업의 경우에도 엔젤이나 벤처캐피털 등 여러 기관의 도움을 받아서 처음에는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으로 기업을 경영한다.

그러다 회사 규모가 조금 커지게 되면 아이가 어른으로 가는 길목에서 사춘기를 맞이하듯이 벤처기업 또한 여러가지를 경험하게 된다.

어쩌면 구태여 겪지 않아도 될 일을 겪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의 어린아이들이 자라는 과정에서 반드시 겪고 지나는 것처럼 벤처기업들도 성장하면서 비슷한 아픔들을 겪는다.

어린아이나 벤처기업이 겪는 아픔은 조용히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흔치 않아서 항상 지켜보는 여러 사람들을 안타깝게 만든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 변화에 대해 수많은 선배들이 해답을 제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경험한 것과 동일한 실수를 저지르는 것은 물론 더 어려운 과정을 겪으면서 그 고비를 넘길 때가 많다는 것이다. 물론 그 변화의 과정을 제대로 이겨내지 못하고 주저앉아 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초기 벤처기업은 선후배 몇몇이 의기투합이 되어 만들어진다. 내 마음과 상대의 마음이 다르지 않았던 이때는 서로 위하는 마음뿐만 아니라 선후배라는 막역한 사이의 정이 있어 모든 일이 쉽다.

또한 주위의 실패한 벤처기업의 예를 들어가며 서로 양보하는 미덕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지분이나 직위 문제는 서로 첨예한 대립을 보이기도 하지만 대의를 위해 타협점을 찾기가 아직은 수월하다.

그러나 이러한 가족적이고 화합적인 분위기는 오래 가지 않아 깨지고 마는 경우가 더러 있다. 벤처기업이 한꺼번에 들어온 새로운 사람들로 인해 급작스럽게 커지다 보면 그 나름의 기업문화가 정착되기도 전에 여러 기업문화가 뒤섞이게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새로 영입된 비교적 경험 많은 사람들과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의 초기 창업 동지들간에 불협화음이 생겨나기도 한다. 회사를 만들었던 초기 멤버들은 "회사를 이만큼 키운 게 누구냐"는 등 곧바로 회사에 대한 불만세력으로 바뀌게 되고 토사구팽의 본보기가 되기도 한다. 특히 처음에 약속한 많은 비전들은 서로 해석이 달라지고 그것을 수행하기에는 너무 힘든 상황이 주어지기도 한다. 사람이 많아짐에 따라 조직이 점점 관료화되고 처음에는 '형'이라면서 따르던 사장도 변한 것 같고 만나기조차 힘들어진 상황에 이른다.

아침 늦게 출근해도 떳떳하던 회사가 어느 날 눈치가 보이기 시작한다. 회사에 공헌도 하지 않은 사람이 나이가 많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갑자기 나타나서 자기를 관리하겠다고 나선다. 한편으로는 "이 회사가 누구 회사인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회사를 처음 만들어 서로 양보하고 타협점을 찾을 때는 자신보다 회사를 위하는 마음이 먼저 앞선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몸담고 있는 회사가 "내 회사"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그런 생각은 멀어지고 내 회사의 이득을 남과 나누어 가져야 하고 그럴 쯤이면 "내 것"을 챙겨야 하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이런 이야기는 어디서 들어본 듯한 혹은 벤처기업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지금도 경험하고 있을지 모를 이야기이다. 그러나 아직 그들이 겪고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마땅히 제시되지 않는다. 각각의 기업과 그 기업을 이룬 구성원들에 따라 문제 상황이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성인이 되기 위해 반드시 겪게 되는 사춘기처럼 하나의 벤처기업이 유망한 기업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춘기'를 겪기 마련이다. 문제는 '사춘기'를 겪지 않고 넘어가는 길을 찾을 것이 아니라 얼마나 건강하게 그 시기를 보내는가에 달렸다.

신생 벤처기업이 그러한 변화를 어떻게 감당해 나가느냐에 따라 유망한 기업으로 자라날 것인가 아니면 서로에게 많은 상처만 남긴 채 사라져버리고 말 것인가가 결정된다. 어린아이가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맡은 역할을 훌륭하게 해나갈 심신이 건강한 성인으로 자라기 위해서 사춘기를 잘 보내야 하듯이 우리 벤처기업들도 사춘기에 겪는 어려움에 준비해야 한다. 우리 자식은 반항적이고 방황하는 사춘기를 절대 겪지 않을 것이란 근거 없는 자만심을 버려야 하듯이 우리 벤처기업도 성장하는 아픔에 대한 마음 준비부터 하여야 할 것이다.

박세영대표 약력

1989. 2 : 프랑스 파리 7대학 전산학 졸업 (박사)

1982. 3 ~ 2000. 4 :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1999. 1 ~ 2000. 4 :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지식정보연구부장

2000. 4 ~ 현재 : 서치캐스트 주식회사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