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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천국]철 없는 엄마와 조숙한 딸

입력 | 2001-01-29 18:49:00


극장에서 개봉하지 않은채 2월초 비디오로 곧장 출시될 ‘텀블위즈(Tumbleweeds)’는 철없는 엄마와 조숙한 딸의 이야기를 그린 잔잔한 영화다.

메리 조 워커(자넷 맥티어)는 결혼에 네 번이나 실패했지만 남자에 대한 의존을 버리지 못하며, 남자를 바꿀 때마다 다른 주로 내빼는 35세의 철없는 엄마. 에바 워커(킴벌리 브라운)는 엄마에 이끌려 떠돌아다니는 12세의 조숙한 소녀다.

새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 캘리포니아에 온 뒤 메리 조는 경비회사의 전화교환원으로 취직하고 에바는 학교에 잘 적응한다. 그러나 메리 조가 트럭 운전사 잭(개빈 오코너)를 만나 동거를 하게 되면서 이들의 생활은 다시 흔들리기 시작한다.

에피소드 위주로 모녀의 갈등을 다룬 이 영화의 소재 자체는 새로울 게 없다. 그러나 개빈 오코너 감독은 결점투성이인 캐릭터들의 갈등을 다루면서도 억지스러운 미화나 감상주의의 함정을 피하며 사람 냄새가 물씬한 영화를 만들어냈다.

극단적이지 않은 캐릭터들의 뒤섞임 속에서 돋보이는 것은 엄마와 딸의 따뜻한 유대. 메리 조가 첫 데이트를 시작한 딸 에바의 호기심을 풀어주는 장면 등을 보다보면 절로 미소를 머금게 된다.

이 영화로 지난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자넷 맥티어는 영국배우인데도 미국 남부출신의 여자를 능청스럽게 연기했다. 딸 에바를 연기한 신인 킴벌리 브라운의 연기는 아주 자연스러워 배우라는 느낌이 안들 정도다.

각본은 오코너 감독의 전처인 안젤라 셸턴의 자전적 소설에 바탕을 뒀다. 제목은 가시가 많은 억새풀의 일종인 회전초를 뜻하는 것. 안젤라 셸턴은 고속도로에서 달리던 차를 멈추고 텀블위즈를 찾다 가시에 찔리던 어머니의 모습이, 늘 남자를 찾지만 일단 남자를 만나도 제대로 되는 법이 없던 어머니의 일생과 닮았다는 생각에서 이같은 제목을 지었다고 한다. 99년 선댄스 영화제 제작상 수상작.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