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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합숙과외'계기 고교 보충수업 논란

입력 | 2001-01-29 18:56:00


서울시교육청은 29일 방학중 현직 교사를 동원해 재학생들에게 ‘합숙 과외’를 해 물의를 빚은서울 양천구 목동 한가람고 이옥식 교장(43·여)에 대한 ‘중징계’와 교감 및 교사 5명에 대한 처벌을 학교법인 봉덕학원에 요구했다.한가람고는 99년과 올 겨울 유스호스텔에 학교 교사 5명과 1, 2학년 재학생117명을 투숙시키며 돈을 받고 보충수업 및 자율학습을 실시해 99년 고교보충수업을 전면적으로 금지한 교육부지침을 위반했다는 게 시교육청의 설명이다. 한가람고의 ‘합숙과외’는 변명할여지가 없는 ‘악성’이라는 것이 교육계의중론이다.그러나전국 대다수의인문계 고교는 이번겨울방학에 ‘특기적성교육’을 내세워 입시 위주의 보충수업을 하고 있는것이 현실이어서 시교육청의 이번 조치로 보충수업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보충수업 실태〓대구 A고교 2학년 김모군(17)은 “설 직전까지 한달간 5만2000원을 내고 매일 오전 8시에 등교해 오후 1시까지 국어 영어 수학 및 사회탐구 과학탐구 등 5교시 수업을 했다”고 말했다. 김군 반에서 보충수업에 불참한 학생은 2명뿐이었다. 전남 목포시 B고의 한 교사는 “일부 교사가 반대해도 학부모들의 요구가 많고 학교측에서도 보충수업을 강요해 어쩔 수 없이 했다”고 털어놓았다.

많은 고교들이 특기 적성 교육을 핑계로 정규 교과목에 대한 보충수업을 버젓이 실시하고 있다. 교육부와 교육청의 감사를 피하기 위해 보충수업비를 학교 계좌가 아닌 학교 이사장이나 학교장 및 학부모 대표의 개인 계좌 등에 입금하기도 한다.

전교조 관계자는 “보충수업이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실시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조만간 파행적 보충수업 사례를 공개하고 근절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충수업 왜 문제인가〓교육부는 학생들이 ‘입시 교육의 노예’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충수업을 금지했다. 학교에서 입시 교육으로 학생들을 붙잡아 두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다양한 특기 적성 활동을 할 시간이 없어 창의성이 훼손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성적 위주의 대학 신입생 선발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에서 많은 학부모와 학생은 ‘특기’ ‘적성’을 ‘사치’로 여겼다. 또 비싼 과외비를 대기 힘든 학부모들은 학교측이 보충수업을 해주길 바란다. 싼값에 공부할 수 있고 아이들이 학교 밖을 돌아다니면서 ‘사고’칠 우려도 없기 때문이다.

특히 과외를 하고 싶어도 마땅한 강사를 찾을 수 없는 읍면이나 중소도시 지역 학부모 학생들에게 보충수업은 추가로 교육받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학부모 이모씨(37)는 “보충수업은 빈부간의 교육 격차를 줄이고 사교육비를 줄이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학교로선 보충수업은 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을 높일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교육부의 취지는 이해되지만 현실적으로 보충수업의 ‘수요’는 많다.

▽보충수업 갈등〓지난해 12월말과 이달초 경북 포항시에서는 C고 학부모들이 전교조 사무실에 몰려가 계란 세례를 퍼붓고 거리에서 시위를 벌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포항시 인문계 고교장들이 발표한 ‘방학중 모든 특기 적성 교육 포기 성명’이 전교조 교사들 때문이라는 소문이 퍼진 것이 원인이었다. 물론 교장들의 성명에는 보충수업을 하면 ‘징계’의 칼을 들이대는 교육 당국에 대한 반발이 깔려있었다.

부산에서는 시교육청의 보충수업 감사에 대해 일부 학교와 학부모들이 자율권 침해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교육 당국의 견해〓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획일적인 보충수업은 학생들의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변화하는 입시제도에 맞춰 희망과 선택에 따라 특기적성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보충수업에 대한 논란은 입시제도 변화가 가속화되면 될수록 사라지는 과도기적 현상으로 보는 견해다.

d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