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속에서 솟는 맑고 시원한 샘물은 온몸을 개운하게 적셔주면서 육체의 갈증을 풀어줌은 물론, 나름대로의 전설과 사연 등을 간직한 채 조상들의 따스한 온기를 전해준다.
샘물은 인간에게 정신적·정서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다.
특히 불교와 한의학의 영향을 많이 받은 우리 민족은 좋은 샘물을 ‘약수’라 부르며 찾아다니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우리 선조들은 품천(品泉)이라 해서 물맛의 우열을 매겼고, 물 한 모금 마시는 것도 함부로 하지 않고 까다롭게 따졌다.
좋은 물의 덕목을 여덟 가지로 꼽은 다성(茶聖) 초의선사.
가볍고, 맑고, 차고, 부드럽고, 아름답고, 냄새가 없고, 비위에 맞고, 탈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급히 흐르는 물과 고여 있는 물은 좋지 못하고, 맛도 냄새도 없는 게 좋은 물이라 했다.
이달에는 좋은 물과 함께 겨울에 찾아가면 더 좋은 여행지들을 소개한다.
◇신비감이 넘치는 남한강의 발원지◇
강은 반드시 발원지를 지니고 있다. 북한강과 더불어 한강의 한 축을 이루는 남한강의 발원지는 백두대간 금대봉(1418m) 자락의 태백 검룡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대산 우통수가 남한강의 발원지로 알려져 있었으나, 정밀 측정 결과 검룡소에서 흐르는 물줄기의 길이가 32km 더 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검룡소에는 웅혼한 힘이 서려 있고 신비스러운 분위기가 넘친다.
용이 솟구치듯 용출한다 하여 샘물의 이름 또한 검룡수.
웬만한 샘이라면 엄두도 못낼 하루 1∼2톤의 수량이 솟구쳐 남한강의 원천이 된다.
물맛 역시 이름처럼 맑고 그윽하며 신비스럽게 혀 끝을 감돈다.
온도는 사계절 항상 9℃ 정도로 일정하다.
주변 볼거리 태백에는 낙동강 발원의 상징인 황지도 있다.
그리고 동해로 빠지는 오십천 또한 이곳에서 발원하니, 탄광도시 태백은 ‘강들의 고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태백이라는 도시 이름의 유래가 된 태백산(1567m)은 ‘크고 밝은 뫼’라는 뜻으로 태백의 상징이다.
매년 1월이면 태백산 공원광장에서 다양한 행사의 눈축제와 등반대회를 연다.
숙식 검룡소 주변엔 마땅한 숙박시설이 없으므로 태백시내의 여관을 이용해야 한다.
태백관광호텔(033-552-8181), 이화장(033-552-2116), 영빈장(033-552-4939), 가든장(033-552-9307) 등 십여군데의 숙박시설이 있고, 태백산 입구인 당골에도 우진모텔(033-553-6448), 태백산모텔(033-552-5919) 등의 모텔과 민박집이 많다.
태백시에서 싸릿재로 가는 38번 국도상 화전2동에 있는 초막막국수(033-553-3201)의 막국수가 유명하다.
찾아가는 길 태백 황지동에서 35번 국도를 타고 강릉 방면으로 9km쯤 북진하면 창죽동 삼거리.
여기서 안창죽 마을 쪽으로 좌회전해 포장길을 따라 6km쯤 오르면 검룡소 주차장이다.
이곳에서 널따란 비포장길을 10여분 걸어 오르면 검룡소.
◇세 봉우리의 정기가 모여 솟아난 약수◇
‘한국의 명수 100선’에 든 삼봉약수는 백두대간 갈전곡봉(1204m)에서 서쪽으로 10리쯤 뻗어나온 산줄기인 가칠봉(1240m)과 응복산(1156m)에서 발원하는 계곡에 있다.
삼봉약수라는 이름은 이 세 봉우리의 정기가 모인 곳에서 나오는 약수라는 뜻.
약수가 나오는 구멍이 세 개가 있으며 그 맛이 모두 다르다.
처음 발견 당시에는 바위틈에서 졸졸 흘렀지만, 물을 받기가 곤란하자 관리하던 사람이 바위틈 아래의 보글거리는 곳에 구멍을 파니 바위틈에서 나오던 물은 그쳤다.
나중에 아래에 구멍을 또 하나 파자 위쪽에 있던 약수의 맛이 약해졌다고 한다.
맨 아래에 있는 것이 가장 강한 맛이 난다.
삼봉약수의 주성분은 제일철, 탄산, 중탄산이온 등으로 위장병에 특효가 있고, 신경쇠약, 피부병, 신장병, 신경통 같은 병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10년쯤 전 수질검사를 한 결과 적정량의 불소이온이 검출되면서 풍치나 구강질환 치료에도 효과가 있음이 증명되었다.
주변 볼거리 삼봉자연휴양림(033-435-8535) 은 이미 일제시대부터 사람들이 치병이나 휴양차 찾아들었던 삼봉약수터를 중심으로 조성된 휴양림.
실룬, 혹은 실론계곡이라 불리는 계곡의 풍치와 주변의 산세가 잘 어우러져 있는 편이다.
숙식 약수터가 있는 휴양림 시설을 이용하면, 약수를 마시는 즐거움과 산속 통나무집에서 잠자는 운치를 한꺼번에 누릴 수 있다.
자연휴양림 입구에도 민박집이 많이 있는데, 대부분 약물에 삶은 토종닭과 백숙을 파는 식당도 겸하고 있다.
오대산내고향(033-435-7787), 달구미식당(033-435-5230).
찾아가는 길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속사 인터체인지로 나와 31번 국도를 타고 북진해 운두령을 넘으면 내면 소재지인 창촌.
삼거리에서 56번 국도를 타고 18km쯤 북진하면 왼쪽으로 휴양림 입구가 나온다.
좌회전해 계곡길을 4km 오르면 삼봉약수.
◇후삼국 통일한 왕건의 기백이 숨쉬는 샘물◇
요즘 KBS TV에서 방영중인 사극 이 인기다.
임진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연천 땅 잠두봉 기슭의 숭의전(사적 제223호)은 고려 태조 왕건을 비롯한 일곱 명의 임금과 정몽주 등 고려 공신 열여섯 명의 위패를 모신 곳.
숭의전 입구의 어수정에는 왕건에 얽힌 일화가 전한다.
잠두봉 아래 강가에는 수심 이 깊은 ‘돌배소’라는 나루터가 있는데, 궁예의 부하로 있던 왕건은 임진강을 따라 개성과 철원을 오가며 임진강을 운항할 때면 늘 이곳에 들러 샘물을 마시고 몸과 마음을 가다듬었다고 한다.
나중에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하자, ‘왕이 마신 물’이라 해서 어수정이란 이름을 얻었다.
어수정 샘물은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고, 홍수가 나도 넘치지 않으며, 임진강이 꽁꽁 얼어붙는 강추위에도 얼지 않는다고 한다.
주변 볼거리 한탄강의 연천과 전곡 사이 1.
5km쯤의 경관 좋은 곳을 한탄강유원지(031-839-2658)로 지정했다.
한탄강유원지 부근의 전곡리 선사유적지(사적 제268호)는 1978년 처음 발견된 후 지금까지 주먹도끼, 돌망치 등 구석기시대 유물 2천5백여점이 발견되었다.
숙식 숭의전 부근에는 마땅한 숙박시설이 없다.
숭의전 앞의 임진나루(031-835-2928)에서는 버섯전골이나 오리구이를 맛볼 수 있고, 고려가든(031-835-5464)은 토종닭 전문집.
숙박은 전곡읍내의 금수산장(031-835-2033), 그린랜드(031-835-8518) 같은 여관이나 한탄강유원지(031-839-2658) 근처의 여관·민박집을 이용하면 된다.
찾아가는 길 서울에서 3번 국도로 동두천을 지나 연천군 전곡읍까지 간다.
전곡 읍사무소 앞에서 322번 지방도를 따라 문산 쪽으로 10km쯤 가면 길 왼쪽으로 숭의전이 있다.
◇백제의 왕이 고란초 잎을 띄워 마시던 샘물◇
백제, 그 비운의 역사를 간직하고 흐르는 백마강 물결에는 3천 궁녀가 백마강으로 몸을 던졌다는 낙화암의 참담한 역사가 담겨있다.
낙화암 아래 절벽을 에돌아 내려서면 궁녀들이 몸을 던지기 전 최후의 기도를 올렸을 고란사.
법당의 뒤꼍으로 돌아가면 고란초 다소곳이 피어 있는 절벽 아래 궁녀들의 눈물인 듯한 고란사약수가 솟는다.
고란사약수는 백제의 왕이 마시던 샘물로, 왕에게 바칠 때 고란사 샘물임을 알리기 위해 고란초 잎을 두어 개 띄웠다고 한다.
지금은 벼랑에 핀 고란초가 한 포기뿐이라 보기에도 안쓰럽지만, 당시에는 샘물 주변에 고란초가 많이 자랐음을 추측할 수 있다.
주변 볼거리 고란사를 품고 있는 부소산은 해발 106m의 야산.
북쪽에 백마강이 흐르고 있는 천연 요새로 백제 후기의 1백23년 동안 사비를 지키는 역할을 해왔다.
잘 가꾸어진 성내에는 낙화암, 고란사 등의 유적지가 널려있다.
이외에도 부여는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웠던 도읍지답게 정림사지 5층석탑(국보 제9호), 능산리고분군 등 유물 유적이 즐비하다.
읍내 동남리에는 등의 시를 쓴 신동엽 시인(1930∼69)의 생가가 있다.
숙식 부여읍내에 삼정유스호스텔(041-835-3101), 리버사이드장(041-835-8201), 사비장(041-832-0978) 등 많은 숙박시설이 있다.
부소산 근처엔 나루터식당(041-835-3155), 구드레돌솥밥(041-835-3155) 등의 식당이 많고, 궁남지 앞의 강변가든(041-833-5979)과 자온대 부근의 백마강식당(041-835-2752), 산장식당(041-835-2752)은 임금에게만 진상했다는 웅어(위어)회가 유명하다.
찾아가는 길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천안인터체인지로 나와 23번 국도를 타고 공주까지 온 뒤 40번 국도를 타면 된다.
대전에서는 4번 국도를 타고 부여까지 온다.
부여 부소산성 안에 있는 낙화암 앞에서 가파른 산길을 돌아 강가로 내려가면 고란사가 보인다.
고란사약수는 뒤꼍 바위 벽 아래에서 샘솟는다.
◇다산 정약용의 실학정신 우러나는 샘물◇
동백숲이 유난히 아름다운 강진 만덕산(409m) 자락에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유배지였던 다산초당이 있다.
초당 뒤의 약천은 선생이 차를 끓일 때 애용하던 샘물이다.
다산은 강진에서 18년의 귀양살이 가운데 10년쯤을 친척뻘 되는 해남 윤씨 자손인 윤단의 세 아들로부터 스승으로 초대받아 초당에서 지내게 되었다.
다산은 이곳에서 생활의 안정을 얻어 저술에 몰두하는 한편 본격적으로 차 생활을 즐겼다.
차를 무척이나 사랑했던 다산에게 차나무 많은 만덕산은 마음에 위안을 안겨 주었을 것이다.
교유하던 백련사 혜장 스님에게도 ‘목마르게 바라노니 부디 선물을 아끼지 말기를’이라며 애교어린 걸명소를 올릴 정도로 차 생활에 깊이 빠져들었다.
다산초당 뒤꼍 모롱이에 있는 약천에서는 다산이 차를 즐기던 당시와 다름 없이 맑은 샘물이 솟구쳐 나온다.
2백년 가까이 지난 요즘은 뜰의 차 부뚜막이 닳을 정도로 많은 답사객들이 찾아 약천 샘물을 마시며 다산의 매운 실학 정신을 되새기고 있다.
주변 볼거리 천일각 뒤로 난 오솔길은 다산이 고개 너머 백련사의 혜장 스님과 만나기 위해 오가던 길로 사색하기 좋은 숲길이다.
강진읍내엔 시 으로 유명한 영랑 김윤식 시인(1903∼50년)의 생가가 있다.
숙식 강진읍내에 숙박시설이 많이 있다.
해태식당(061-434-2486), 흥진식당(061-434-3031) 등은 한정식이 좋고, 목리장어센타(061-432-9292)는 장어구이로 잘 알려져있다.
다산초당 아래 귤동마을엔 만덕슈퍼민박(061-432-1816), 만덕상회민박(061-432-0459) 등의 민박집이 있다.
찾아가는 길 강진읍내에서 18번 국도를 타고 해남쪽으로 2km쯤 가면 학명리 삼거리.
여기서 좌회전해 7km 가면 귤동마을 앞이다.
우회전해 산길로 오르면 다산초당.
◇1300년간 원효의 정신 이어온 샘◇
신라 선덕여왕 3년(634)에 건립한 경주 분황사는 고승 원효가 머물렀던 사찰이다.
원효는 이곳에서 와 를 지었다.
분황사에 있는 석정(石井)은 신라시대에 만든 화강암 우물로 틀의 외부는 높이 70cm의 팔각이며, 내부는 원형이다.
팔각형의 외부는 불교의 팔정도와 원융의 진리를, 우물 안의 사각형은 불교의 근본 교리인 사성제를 뜻한다.
이 석정을 ‘삼룡변어정’이라 하는데 에는 여기에 살던 용을 당나라 사신이 물고기로 바꿔 잡아가려다가 실패한 내력이 전해온다.
신라 최고의 화가였던 솔거도 분황사에 머물며 을 그리면서 목을 축이기도 했던 전통 깊은 샘물이다.
주변 볼거리 신라 천년의 고도인 경주는 굴러다니는 돌멩이 하나, 가녀린 풀 한포기에도 신라인들의 향기가 전해오는 고을이다.
석가탑과 다보탑이 있는 불국사를 비롯해 토함산 석굴암, 무열왕릉, 김유신장군묘, 천마총, 첨성대 등 수많은 볼거리가 있다.
경주 남쪽에 있는 남산(466m)은 산 전체가 ‘자연박물관’으로 불릴 정도로 많은 불상들이 있고, 박혁거세가 태어난 곳이라는 나정, 신라 왕들이 연회를 베풀던 포석정지 등이 있다.
숙식 나라 제일의 관광지라 숙박시설은 즐비하다.
특히 경주시내와 보문호 주변의 보문관광단지, 불국사·토함산지구에 숙박시설과 식당이 집중되어있다.
찾아가는 길 경주에서 4번 국도를 타고 감포 방향으로 3km쯤 가면 오른쪽으로 분황사가 나온다.
우회전해 들어가면 바로 분황사 주차장이다.
◇달빛으로 빚어진 주왕산 자락의 탄산수◇
청송 주왕산(721m)과 함께 전국에서 유명한 달기약수는 빛과 냄새가 없고, 빈혈 위장병 관절염 신경질환 심장병 부인병 같은 데 좋다 하여 늘 사람들로 붐빈다.
하탕, 중탕, 신탕, 상탕 등이 있다.
하탕과 상탕 사이 7백50m 거리엔 스무개쯤의 약수구멍이 즐비하게 늘어서있다.
다른 곳은 하탕보다 덜 붐비지만 물구멍마다 플라스틱 물통을 들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또 인근에 즐비하게 있는 민박집에는 장기투숙을 하며 약물을 마시는 사람들이 많다.
이 약수가 있는 달기골은 달(月)과 관계가 있다.
약수가 있는 계곡 한가운데 마을은 ‘청송의 달 뜨는 곳’ 바로 달기다.
계곡 들머리의 월막이라는 마을은 달이 뜰 때면 장막 같이 보인다 해서 붙은 이름이고, 월외는 월막의 바깥마을에 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주변 볼거리 에 ‘마음과 눈을 놀라게 하고 샘과 폭포가 절경인 산’으로 표현된 주왕산은 주왕과 마장군이 격전을 벌였던 기암, 주왕의 아들과 딸이 달구경을 했다는 망월대를 비롯해 학소대, 급수대, 주왕암 등 특이한 기암괴봉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왕산 입구의 기암과 절묘하게 어울리는 대전사는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창건한 절이라고 한다.
숙식 청송읍내에는 강알칼리 성분의 청송온천(054-874-7000)이 있는 주왕산관광호텔(054-872-6801)을 비롯해 약수장(054-873-2423), 백영장(054-873-6897) 등 장급 숙박시설이 많다.
약수터 부근의 식당은 대부분 민박을 겸한다.
약수로 푹 고아낸 백숙이 별미.
위장병에 특효가 있고, 겨울에도 손발이 따뜻해진다는 옻닭도 유명하다.
주왕산 입구 집단시설지구에도 민박집이 수십군데 있다.
찾아가는 길 청송 군청이 있는 읍내 삼거리에서 달기폭포쪽으로 동진해 3km쯤 가다보면 달기약수터가 보인다.
달기약수에서 좁은 길을 따라 5km쯤 더 가면 달기폭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