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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포케몬 비켜" 디지몬 캐릭터 어린이에 인기

입력 | 2001-01-31 18:37:00


지난 주말 일본 완구와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주로 판매하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 내 ‘애니랜드’.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저학년생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유독 한 코너에 몰려 ‘디지몬’ 신제품을 감상하고 있었다.

이미 재고가 바닥난 상품들도 상당수인 듯, “다음주에 오면 진짜 살 수 있어요?”라고 애원하듯 말하는 아이들, 아예 쭈그리고 앉아 ‘다마곳치’처럼 시간 맞춰 밥 주고 잠재워 훈련시키는 디지몬 오락기를 두들기는 아이도 상당수 눈에 띈다. 이곳 김광중 점장은 “봉제인형과 게임기만 각각 8가지, 캐릭터별 몬스터까지 합치면 디지몬 관련 상품이 50여가지에 이르며 점포 총 매출의 4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라고 소개했다.

‘디지털몬스터’의 줄인 말, 이른바 ‘디지몬’이 어린이들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디지몬은 일본 반다이사에서 ‘포케몬’과 비슷한 시기에 만든 인기만화영화 이름. 어른들이 보기에는 비슷하지만 실상은 괴물(몬스터)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것만 공통적일 뿐, ‘아날로그와 디지털’처럼 차이가 난다.

154가지에 이르는 포케몬들은 나름의 전투력을 지니고 단순히 서로 싸우는 상대이지만 디지몬 118종은 디지털세계와의 교감을 통해 1, 2, 3단계를 거쳐 모습과 능력이 변한다. 아이들로 하여금 포케몬이 ‘컬렉션’의 재미를 주었다면 디지몬은 자신이 ‘진화’를 주도하는 셈이다.

어린이 포털사이트 ‘주니어네이버’(www.jrnaver.com)의 인기검색어 1위는 단연 ‘디지몽(몬)’으로, ‘게임’ ‘채팅’ ‘포케몬’ ‘H.O.T.’ 등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제과업체 샤니는 지난해 연말 출시한 ‘디지몬빵’으로는 성이 안 차 ‘소보루 썬더’ ‘치쿠치쿠 바나나’ 등 인기 캐릭터들의 구체적인 이름을 빵봉지에 새겨 넣었다.

KBS의 ‘디지몬 어드벤처’는 1월8일 시청률이 17.6%까지 솟는 등 평균 15%대를 넘나들고 있다. 다른 요일 같은 시간대에 방영되는 다른 만화 시청률이 3.3%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차이가 상당하다. 연출자 이원희 PD는 “디지몬은 성격이 온화할 뿐만 아니라 포케몬에서 문제가 됐던 ‘섬광’ 등 자극적인 요인이 거의 없는 게 강점”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의대 신의진 교수(신경정신과)는 “마치 애완동물 키우듯 자신의 정성으로 괴물을 키우고 진화시켜서 다른 괴물과 싸움을 붙이는 것은 아이들에게 내재된 공격성을 다른 곳으로 승화시킨다는 차원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라며 “그러나 ‘중독’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특히 오락의 경우는 부모와 함께 시간을 정해놓고 약속을 지키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