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을 따고 싶으면 항상 바둑을 생각해라. 전철 안에서도, 화장실에서도 바둑책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형의 말이 아직도 귀에 쟁쟁한데….” (김승준 7단)
지난해 2월 교통사고로 숨진 고 정현산(丁鉉山) 6단의 추모집 ‘정현산, 그의 시간과 바둑’이 나왔다.
정 6단의 가족, 선후배와 동료 기사들이 만든 이 추모집은 생전에 남긴 33편의 기보와 10편의 추모글이 담겨져 있다.
프로기사 사후에 추모집이 나온 것은 국내에선 이번이 처음. 제작에 참여했던 한 기사는 “그만큼 그를 기억하고 그의 기재를 아꼈던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87년 18세에 입단한 정 6단은 89년 국기전 본선 진출을 시작으로 90년 기성전 기왕전 명인전 본선에 오르면서 유망 신예기사로 떠올랐다. 이후 꾸준히 본선 멤버로 활약하며 정상권 도전을 노렸으나 이창호 조훈현 서봉수 유창혁 등 4인방의 두터운 벽에 막혀 타이틀 획득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유창혁 9단은 추모글에서 “꿈많던 10대에 정 6단과 함께 바둑 공부를 하던 시절이 떠오른다”며 “정 6단의 기풍이 두텁고 단단해 대기만성할 소질이 돋보였다”며 아쉬워했다.
이 책은 정 6단 유족의 뜻에 따라 누구에게나 무료로 배포된다. 문의 한국기원 홍보실 02―2291―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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