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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올 최고 화두 '벨티드 패션'…시선을 허리로

입력 | 2001-01-31 19:06:00


《잘록하게 묶어 맨 허리, 그 허리 끝선을 타고 도는 남성들의 시선….

다시 부는 로맨티시즘의 영향일까, 아니면 ‘펀더멘털(기본)’에 충실한 여성들의 섹스어필 욕구에서 우러나온 것일까. 갖가지 굴레에 항상 속박당하고 있는 현대인의 심리 상태가 패션으로 표출됐다는 의견도 설득력 있게 제시되고 있다.》

'벨티드 패션(Belted Fashion)’이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이 집결한 파리 밀라노 뉴욕에서 최근 출시된 2001 춘하복 컬렉션의 최고 화두로 떠올랐다.

이제 벨트는 단순히 바지나 스커트 착용에 필요한 기능성 소품이 아니다. 옷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휘어잡는 ‘키포인트’인 것이다. 새로워진 감각으로 무장한 ‘미소니’는 리본과 밴드, 한 걸음 더 나아가 다양한 체인을 허리에 두르는 디자인을 선보였다. ‘펜디’는 허리를 굽히기도 힘들 정도의 ‘자이언트 메탈 벨트’를 단아한 원피스 위에 코디한 경우. 길이와 폭은 예전 복싱시합에서 종종 보았던 ‘챔피언 벨트’ 수준.

특유의 ‘LV’무늬를 촘촘히 새긴 무늬벨트가 유명한 루이뷔통은 엉덩이 위에 살포시 얹어 놓는 투명 플렉시 벨트로 골반라인의 곡선미를 더 두드러지게 해 주고 있다. ‘페라가모’ 컬렉션에서는 풍성한 소매의 셔츠, 허리선 아래부터 볼륨감 있게 퍼지는 스커트, 스커트라인을 강조해 주기 위한 두꺼운 벨트가 유달리 눈에 띈다. ‘지아니 베르사체’는 아예 코르셋을 연상시킨다.

‘벨티드’는 ‘몸에 휘두를 수 있는 모든 것’을 소재로 했다. 웬만한 상상의 날개는 모두 현실화한 느낌이 들 정도다. 허리춤 위에 가느다란 끈으로 묶어놓은 듯해 보이기도 하고 태권도 유단자처럼 검은 띠를 두른 것 같은 분위기가 나는 것도 있다.

‘까사랄’에서는 일본 고유 의상인 기모노를 연상시키듯 꽃무늬 프린트가 박힌 다양한 리넨 소재의 끈을 등장시켰다. ‘세린느’는 대각선으로 걸친 통가죽 벨트에 총알모양의 소품을 달아놓아 ‘카우보이’를 연상시킨다. 재킷이나 니트 위, 구체적으로 보면 가슴과 허리사이에 끈과 줄을 걸어놓은 ‘엽기적’인 디자인도 있다.

적당히 조여오는 긴장감과 묘한 권위감을 뽐내는 검은색과 흰색 계통이 유달리 ‘벨티드’와 한 묶음을 이루는 경우가 많았다. 우아한 펄이 들어간 목걸이, 섹시함이 물씬 풍기는 하이힐, 비행기 승무원처럼 옆으로 동여맨 스카프 등이 부드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보조적인 아이템으로 등장한다.

건국대 이인자 교수(의상심리학)는 “본격적인 21세기랄 수 있는 2001년을 맞아 디자이너들마다 어떤 식으로든 ‘과거와의 단절’을 의미하는 표시를 나타내고 싶었을 것이고, 이것이 가장 직설적 집약적으로 구현된 것이 ‘벨티드’”라고 말했다.

이교수는 또 “현대인에게 ‘긴장’이 만성화되며 역설적으로 이를 생활의 일부로 보려는 노력이 자연스레 ‘벨트’로 표출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