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그린델발트에서 곤돌라로 20분간 오르면 닿는 피르스트(해발 2168m)의 오베르요흐 슬로프.
온통 눈세상이다. 세 자매봉도, 푸른 초원도, 예쁜 샬레(알프스지방 고유의 전통 목조건물)도 모두 흰 눈으로 뒤덮인다. 산을 내려간 젖소와 하이커를 대신해 설원을 누비는 것은 스키어. 그래서 산악열차는 겨울에도 바쁘다. 온종일 스키어를 실어나르기 때문.
겨울 알프스의 진수라는 ‘톱 오브 유럽’에서 스키를 타기 위해 짐을 푼 곳은 그린델발트(해발 1034m). 아이거 북벽 바로 아래에 있는 스위스의 대표적인 알파인빌리지다. 계곡 건너로 시퍼런 빙하가 보이는 이 빙하마을에서는 ‘톱 오브 유럽’ 스키장의 구석구석을 다 가볼 수 있다. 곤돌라와 리프트와 산악톱니열차로.
◇클라이네 샤이데크
고원의 정상부에 있는 열차역이자 하이킹과 스키잉의 중심지로 세자매봉 중심 바로 아래에 있다. 오전 9시 그린델발트역. 클라이네 샤이데크로 가려는 스키어로 북적댄다. 한 200명은 족히 돼 보인다. 열차가 플랫폼에 들어서자 사람들은 스키를 열차 맨 끝의 스키운반 전용화물칸에 싣고 객차에 오른다. 열차 앞머리에는 선로의 눈을 치우는 쟁기 모양의 도구가 붙어 있다. 열차는 일단 계곡을 내려가 그린델발트 그룬트(해발 943m)에서 선로를 바꾼 뒤 본격적으로 산을 오른다. 경사가 심한 산길철로에는 한 가운데 톱니레일(토블러)이 있다. 톱니바퀴를 구동시켜 오른다. 차창 밖으로 눈덮인 알프스 정경이 파노라마를 이루며 펼쳐진다. 크리스마스 카드 속 풍경이다.
클라이네 샤이데크가 가까워 오면 베르너 오버란트의 장대한 설원이 제 모습을 아낌없이 드러낸다. 세 자매봉 사이를 장식한 시퍼런 빙하와 설원 뾰족봉, 개미처럼 줄지어 산을 오르는 스키 리프트, 그리고 설원에 점점이 보이는 스키어들. 바라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떨릴 정도로 아름답다.
그린델발트에서 클라이네 샤이데크까지 오는데 걸린 시간은 51분. 슬로프는 역을 중심으로 위 아래에 있다. 위에는 월드컵 스키대회(회전)가 열렸던 라우버호른 슬로프, 아래는 멘리센을 경유해 그린델발트까지 갈 수 있는 계곡 길. 라우버호른 코스로 가기 위해 리프트에 올랐다. 슬로프는 아이거 묀흐 융프라우봉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다. 슬로프는 자연상태 그대로여서 굴곡과 경사의 변화가 무쌍하다. 볼링 레인처럼 반듯하게 정리된 인공 슬로프에 익숙해진 한국의 스키어에게는 이 또한 매력이다. 가끔 다져지지 않은 깊은 눈에서 즐기는 딥스노 스키잉과 함께.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매력은 알프스의 겨울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 라우버호른에서 동편의 벵게른알프로 내려가니 라우터브룬넨계곡 건너 절벽위에 자리잡은 자동차가 없는 산중마을 뮈렌(해발 1,634m)도 보인다. 4년전 한 여름에 하이킹 할 때 묵었던 마을인데 가업으로 호텔을 경영하고 있는 이 마을 아이거호텔의 주인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생각났다. 스키로 한 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곳인데…. 눈밭에 앉아 옛생각을 하다가 주머니에 넣어둔 톱니레일 모양의 스위스초콜렛 ‘토블론’(삼각형)을 꺼내 깨물었다. 알프스 고원목장의 암소가 생산한 신선한 우유 맛이 그대로 느껴진다.
◇피르스트
그린델발트가 들어선 계곡의 동편에 있는 오베르요흐(해발 2486m) 아래의 알프스 하이킹 출발지. 여기 오르면 그린델발트 앞에 버티고 있는 베터호른 슈렉크호른 아이거 등 세 암봉과 그 사이를 메운 거대한 빙하의 웅자가 거침없이 보인다. 파란 하늘에 순백의 설원, 그리고 그 사이를 장식한 알프스의 그림 같은 산악과 빙하. 오베르요흐 바로 아래까지 가는 리프트에 앉아 피르스트를 중심으로 360도 펼쳐지는 알프스의 설원 풍경을 보노라면 스키 타는 것 조차 잊는다. 그 눈을 스키로 밟아 본다. 보드라운 카펫위에 선 느낌이다. 카빙턴의 슈푸르(지치고 지나간 자국)는 전차 레일처럼 깊고도 분명하다. 중급자가 익스트림 카빙턴을 시도해도 넘어지지 않을 만큼 확실하게 스키날이 박히는 좋은 설질이다. 폭은 넓고 경사는 변화무쌍. 용평리조트의 그린 옐로 핑크 뉴레드가 혼재된 상태다. 슬로프가 워낙 넓어 마음껏 카빙턴을 즐길 수 있어 좋다. 그린델발트↔피르스트는 곤돌라가 운행(20분 소요)되며 피르스트 곤돌라역은 그린델발트역에서 걸어서 10분. 마을버스가 운행된다.
◇그린델발트
전형적인 알프스 산간마을로 스위스 알프스의 대표적인 휴양관광지. 취리히로부터 195㎞(도로)거리. 인터라켄 오스트역∼그린델발트 열차운행(1시간 간격·38분 소요). 일본 중국식당 각 1개씩 있음. 주변 마을과 리프트탑승장 곤돌라역은 셔틀버스 운행중. 곤돌라 리프트 산악열차가 모두 연결되기 때문에 아이거 묀흐 융프라우지역의 세 스키장으로 이동하기에 가장 좋은 위치다. 스포츠센터(수영장 아이스링크)가 있어 애프터스키를 즐기기 좋다. 인터라켄을 오가기도 좋다. 용평리조트와 자매결연을 맺어 우리와도 인연이 깊다. www.grindelwald.ch
◇융프라우 톱 스키장
거의 자연설로 유지되는 스위스 알프스 스키장. 43개의 산악철도와 곤돌라 리프트로 해발 2971m까지 오른다. 1월 14일 월드컵 스키대회도 열렸다. 스키 트레일의 총연장은 213㎞. 아이거 묀흐 융프라우 세 봉우리를 기준으로 왼편(동편)의 피르스트와 그린델발트, 가운데의 클라이네 샤이데크와 멘리센, 오른편(서편)의 쉴트호른 등 세지역으로 나뉜다.
△스키장 안내 www.jungfrau.ch
◇톱 오브 유럽
융프라우철도(스키패스와 별도·클라이네 샤이데크↔융프라우요흐)로 오르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알프스전경 전망대 식당. 열차는 아이거 묀흐봉을 사선으로 관통한 터널을 지나 유럽 최대의 알레취빙하가 내려다 보이는 융프라우요흐 역에 닿는다. 융프라우요흐에 오르면 ‘톱 오브 유럽’과 함께 빙하를 파서 만든 얼음궁전, 융프라우 요흐에 건설된 천문 기상연구센터 ‘스핑크스’도 가 볼 수 있다. 날씨가 좋으면 만년설에서 바가지 썰매(무료)와 개썰매를 탈 수 있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우체국’에서 ‘톱 오브 유럽’소인이 찍힌 융프라우 그림엽서를 보내는 것도 좋은 선물.
융프라우철도 한국총판인 동신항운(02―756―7560,1)은 융프라우요흐과 알레취빙하가 올해 유네스코로부터 인류유산으로 지정된 것을 기념, 승차권 30% 할인쿠폰을 각 여행사를 통해 제공 중. 162프랑짜리 승차권을 115프랑(개인) 110프랑(10인이상 단체)에 살 수 있다. 또 ‘톱 오브 유럽’에서 컵라면 빵모자 혹은 자일타기 할인권 중 하나를 서비스한다. www.jungfraurailway.co.kr :스위스항공: 일본 오사카↔취리히 직항편 운항 중.
:스위스패스: 스위스 여행중 철도와 버스(PTT), 배 등 육상과 수상교통 수단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교통패스. 취리히공항∼베른 경유 혹은 인터라켄 오스트 직행∼그린델발트 철도여행시 유용. 취리히공항에는 지하에 철도역이 있어 편리. 취리히 도착 당일에 그린델발트까지 열차로 갈 수 있다. 2시간 40분 내외 소요. 열차 타는 요령은 ①매표소에 가서 행선지를 이야기한다 ②프린트 해서 주는 스케줄 대로 열차를 탄다 ③콘트롤러(여객전무)에게 스위스패스를 제시하고 행선지를 확인한다. 갈아탈 역 혹은 도착역의 도착 출발시간과 열차번호 플랫폼(Gleis)이 상세히 적혀 있다.
:플라이 레일 배기지: Fly Rail Baggage. 지구상에서 스위스에만 있는 편리한 화물송달 시스템. 귀국 때 그린델발트역에서 짐을 부치면 귀국 항공편에 실려 김포공항에 함께 도착한다. 단 출발 하루 전에 부쳐야 하고 개당 20프랑(1만6000원)을 내야 한다. 역구내 전용카운터에 항공권을 제시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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