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해찬(李海瓚)최고위원이 1일 기자간담회를 자청, 교육부장관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안기부 돈 선거자금 유입’ 사건으로 널리 알려지게 된 국고수표의 성격에 대해 설명했다.
한나라당 김영일(金榮馹)의원의 ‘YS 정치자금’ 주장으로 논란이 재연되고 있는 이번 사건의 본질은 정치자금 사건이 아니라 예산횡령 사건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최고위원은 “재정경제부가 각 부처에 배정된 예산만큼 국고수표를 주고, 각 부처는 국고수표를 지정기관에 제시해 부처 계좌로 돈을 입금 받아 예산을 집행하며, 안기부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국고수표는 예산을 쓸 때만 사용하는 것이므로 검찰 수사과정에서 국고수표가 확인됐다는 것은 예산횡령의 움직일 수 없는 증거”라며 “(이번 수사에서 드러난 돈이) 기업 등에서 받아서 조성한 정치자금이라는 주장은 말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야당에는 정부에 있었던 사람이 많아 국고수표에 대해 훨씬 잘 알고 있으며, 재판에서 검찰이 국고수표를 증거로 제시하면 오도가도 못할 상황임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15대 총선 당시 신한국당의 이회창(李會昌)중앙선대위의장은 영입되자마자 여기저기 돌아다녔기 때문에 자세한 내막을 몰랐을 것”이라며 “그렇지만 강삼재(姜三載)당시 사무총장이 대선까지 (당 자금을) 관리했기 때문에 이총재는 그를 내칠 수도 없어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최고위원은 이어 김영삼(金泳三)정부에서 안기부가 국고수표를 일부 부처 장 차관들에게 업무추진비조로 지급했던 관행을 언급했다.
그는 “전 정권 때 안기부가 업무조정 대상인 국방부와 행자부 등 9개 부처 장 차관들에게 대책비나 업무추진비 등으로 개별적으로 돈을 주기도 했다”며 “장 차관들의 현금 판공비가 일반의 예상과는 달리 워낙 적기 때문에 그 돈을 보태 쓰는 게 관행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관행이 새 정부 들어서는 없어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전 정권의 장 차관들은 전부 그 돈(국고수표)을 관행처럼 받았는데, 강직한 성격의 차관 1명은 그 돈을 쓰는 것이 불법이라는 것을 알고 돈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그는 장관은 못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영삼 전대통령측은 이에 대해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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