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은 슈퍼리그에서 LG정유에 맺힌 ‘응어리’가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10년간 슈퍼리그에서 LG정유를 만나 모두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흥국생명이 슈퍼리그에서 마지막으로 LG정유를 꺾은 것은 91년 2월16일 슈퍼리그 2차 대회. 당시 3―0의 승리를 거둔 이후 흥국생명은 LG정유에 21연패의 수모를 당해왔다. 더구나 21연패를 당해오면서 빼앗은 세트는 겨우 2개뿐. 슈퍼리그 ‘9연패 팀’ LG정유와 ‘단골 꼴찌’ 흥국생명과의 차이였다.
그러나 흥국생명은 지난해부터 신예와 고참이 적절히 어우러진 새로운 면모의 팀으로 변모했다. 지난해 5월과 10월 실업 연맹전에서 2차례 LG정유를 꺾어 ‘예행 연습’을 한 흥국생명은 1일 기어이 맺힌 한을 풀었다.
흥국생명은 이날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벌어진 슈퍼리그 여자부 2차 대회에서 LG정유를 3―1로 누르는 기염을 토했다. 묘하게도 10년 전 흥국생명이 LG정유에 승리를 거뒀던 장소도 이날과 같은 충무체육관이었다.
흥국생명은 6년차 레프트 양숙경(23득점)이 공격을 주도했고, 3년차 동기생인 이영주(18득점)와 정지윤(15득점)이 나란히 세터와 라이트 공격을 겸임하는 ‘더블 세터’로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를 보여 정선혜(27득점)가 분전한 LG정유를 눌렀다. 실업 데뷔 10년째를 맞는 ‘맏언니’ 정은선(11득점)은 서브 리시브 성공률 79.1%를 기록해 수비로 동생들을 독려했다.
첫 세트를 25―21로 잡은 흥국생명은 2세트에서 거듭된 듀스 접전을 벌인 끝에 31―33으로 세트를 내줘 승부의 분위기를 넘기는 듯했다. 2세트에서 기록된 64점은 슈퍼리그에서 나온 여자부 1세트 최다 득점.
그러나 승리를 향한 흥국생명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3세트 20―18에서 이영주와 이혜린의 연속 득점으로 달아나 25―22로 세트를 따낸 흥국생명은 4세트에서도 끈끈한 수비를 앞세워 25―20으로 승리해 오랜 숙원을 풀었다.
앞서 벌어진 경기에서는 대한항공이 인하대를 3―1로 꺾어 2승2패가 되면서 29일 한양대전에서의 패배를 추슬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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