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의 고라니들은 어디로 갔을까’
서울시가 민간동물구조 단체로부터 기증받아 남산에 방사했던 고라니들의 생존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민간단체에서는 고라니가 죽었거나 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며 시가 전시성 행사로 야생동물을 풀어놓은 뒤 사후 관리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서울시가 남산 자연학습장에 야생 고라니 4마리를 방사한 것은 99년 6월.
동물구조협회가 경기 파주시와 경북 봉화군 등지에서 구조해 보호하고 있던 2∼5년생 암컷3마리와 수컷 1마리를 9만여평의 남산 자연학습장에 풀어놓았다.
당시 서울시 관계자는 “남산 제모습가꾸기 사업의 차원에서 고라니를 남산의 상징적인 동물로 보호, 육성키로 했다”며 “고라니들이 풍부한 먹이식물이 있는 남산에 잘 적응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시는 또 이를 계기로 야생동물 늘리기 사업을 계속해 나갈 계획임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취재팀의 확인 결과, 방사한 지 20여개월이 지났지만 시는 최근까지 고라니의 생태는 커녕 생사여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 남산공원관리사업소에 따르면 99년 말 이후 방사된 고라니가 전혀 목격되지 않고 있으며 몇차례의 수색작업에서도 그 흔적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소측은 “99년말 고라니의 배설물이 발견됐지만 그 이후에는 고라니나 그 흔적이 전혀 목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눈에 띄지 않은지가 너무 오래돼 사실상 생존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며 “남산에 많이 서식하는 들개나 들고양이로부터 집단공격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시는 특히 고라니의 생사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 공익근무요원을 동원해 대대적으로 서식지역을 수색했지만 고라니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서울시의 안일한 야생동물보호는 동물들을 방사한 뒤에도 철저히 사후 관리를 해 온 민간기업과 대조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월악산에 산양을 방사해온 에버랜드는 방사시 추적장치를 부착해 지속적으로 산양의 생태를 확인, 보호하고 있다.
사업소의 한 관계자는 “공원관리를 맡은 공무원들이 동물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고라니의 관리에는 처음부터 무리가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대한조류보호협회 김성만회장은 “조류나 곤충과 달리 고라니는 조금만 신경쓰면 보호가 가능한 동물인데도 그다지 넓지도 않은 남산에서 풀어놓은지 1년도 채 안돼 행방조차 모른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시에서 관리가 힘들었다면 전문가나 단체에 위임해서라도 관리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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