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이산가족방문단 북측후보자 명단에 국군 출신인 이기탁(경북 성주군 출신) 손윤모씨(경남 통영군 출신)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돼 정부가 이들의 신원 확인에 나서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두 사람은 6·25 전쟁 당시 국군으로 입대한 뒤 실종돼 ‘전사자’로 처리됐고 남측가족들은 유족연금을 받아왔다. 특히 손씨가족들은 손씨가 전쟁 중 인민군에 붙잡힌 ‘국군포로’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북한이 이들을 후보자 명단에 포함시킨 의도 파악에 부심하면서 앞으로 포로송환 정책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 등을 면밀히 따져보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국군포로 351명은 탈북자의 증언 등을 기초로 한 것으로 이번엔 가족의 주장인 만큼 포로였는지는 불분명하다”며 “경위가 어쨌든 서로 떨어져 있는 가족인 만큼 이들도 ‘넓은 의미의 이산가족’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군포로를 ‘넓은 의미의 이산가족’으로 보고 해결책을 모색해온 통일부 방침에 대해 그동안 명확한 태도 표명을 유보해온 국방부는 더욱 고심이 크다.
국방부는 “국가를 위해 헌신한 군인에 대해 끝까지 책임지는 것은 국가의 본분과 책무라는 기존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면서 “북한이 국군포로를 후보명단에 포함시킨 의도를 일단 면밀히 분석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로서는 당장 유족에게 지급해온 연금 등 보훈혜택 부여 여부가 현실적 문제가 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국군포로 귀환시 유족연금은 중단하되 신분에 맞는 일시불 형태의 보상금 등이 주어지지만 이번엔 전혀 다른 문제여서 관련 부처간 대책회의가 필요하다”며 “다만 두 사람의 생존사실이 확인되더라도 유족연금은 계속 지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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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탁씨 부인 조금례씨 "전사 통지서까지 받았는데…"▼
북한에 사는 남편 이기탁씨(75)가 자신과 동생들을 찾는다는 소식을 접한 조금례씨(70·대구 서구 평리4동·사진)는 5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죽은 줄로만 알았던 남편소식에 “좋다, 좋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조씨는 “보훈청에서 전사통지서와 함께 보내준 사망일(음력 11월 10일)을 기일로 정해 제사까지 모셔왔다”며 “서울의 국립묘지 위령탑에도 남편 이름이 새겨져 있는데 살아 있다니 이게 생시냐, 꿈이냐”고 반문했다.
대구의 한 아파트에서 손녀들과 지내고 있는 조씨는 1946년 15세의 나이로 세살 위인 이씨와 백년가약을 맺었고 4년 뒤 6·25전쟁이 나자 임신한 몸으로 남편을 전쟁터로 보내야 했다.
전쟁이 끝난 뒤 청천벽력과 같은 남편의 전사통지서가 날아왔으나 남편의 시신을 찾아볼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시부모를 모시며 유복자인 태석씨(50)를 홀로 키웠다.
태석씨는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아버지를 만난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북의 이씨가 찾기를 희망한 남측 가족 가운데 남동생 기석(68) 기형씨(64), 여동생 정옥씨(71)는 서울과 경북 성주, 칠곡에 각각 살고 있고 부모는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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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윤모씨 동생 손상모씨 "살아계시다니 꿈인가…"▼
“죽은 줄 알고 제사까지 지낸 형이 북한에 살아 있다니….”
6·25전쟁 때 죽은 줄로만 알았던 손윤모(孫閏模·70)씨의 동생 상모(相模·65·경남 사천시 축동면 배춘리·사진)씨는 북측의 이산가족찾기 명단에서 형의 이름을 확인하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상모씨는 “63년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평생 형님을 그토록 그리워 하셨는데…”라며 눈시울을 적셨다.
윤모씨는 19세이던 1950년, 금융회사에 근무하다 전쟁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자원입대했다. 휴전이 되면서 전쟁에 나갔던 동네 사람들이 하나 둘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윤모씨는 끝내 소식이 없었다.
함께 입대했다가 포로교환으로 돌아온 윤모씨 친구들은 “윤모가 북한의 포로수용소에 있는 것을 잠시 봤으나 생사는 모른다”는 소식만 전해줄 뿐이었다. 가족들은 윤모씨가 숨진 것으로 알고 62년 ‘영혼 결혼식’을 올려준 데 이어 해마다 중양절(重陽節)인 음력 9월9일에 제사도 지냈다.
사천시 사천읍 산성공원 충혼탑의 ‘6·25 전사자 명단’에도 ‘육군 일등병 손윤모’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인근 마을에 살고 있는 윤모씨의 누나 갑순(甲順·79)씨와 동생 재모(在模·60)씨도 재회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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