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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인터뷰]오시이 마모루 "실사와 애니 경계 허문다"

입력 | 2001-02-01 18:45:00


미래 세계의 사이보그를 통해 인간 정체성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그린 95년작 ‘공각기동대’의 감독 오시이 마모루. 미야자키 하야오를 계승할 재패니메이션의 거장으로 꼽히는 그의 최신작 ‘아바론’이 10일 개봉된다.

‘타이타닉’의 제임스 카메론까지 오이시 마모루의 팬을 자처할 정도로 그의 작품은 독특하다. ‘아바론’ 역시 관객의 허를 찌른다. 실사(實寫)로 촬영한 필름을 컴퓨터그래픽 작업을 통해 애니메이션과 같은 효과를 내도록 만든 독창성 때문이다. 첨단의 사이버펑크 문화와 철학적 문제의식을 결부시켜 온 그가 실사영화와 애니메이션의 경계를 허물은 이 작품을 통해 던지는 메시지는 뭘까. 최근 방한한 ‘재패니메이션의 잠언가’를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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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론’은 실사영화이면서도 애니메이션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실사는 감독이 원하는 이미지와 연기를 마음대로 조작할 수 없다. 반면 애니메이션은 살아있는 배우가 만들어내는 찰라의 이미지를 건져낼 수 없다. ‘아바론’은 실사로 건져낼 수 있는 이미지를 먼저 담아내고 이를 바탕으로 컴퓨터그래픽을 통해 주인공 얼굴의 주름을 지우고 음영과 눈빛을 조절해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했다. 디지털시대의 영화는 결국 실사도 애니메이션도 아닌 이런 ‘제3의 영화’가 될 것이다.”

―일본영화지만 일본 냄새가 조금도 안 난다.

“이 영화는 과연 진짜 현실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속 공간 역시 어디에도 없으면서 동시에 어딘가엔 있을 것 같은 곳으로 그리고 싶었다. 그래서 등장인물들은 폴란드어로 말하고 컴퓨터 작업에선 영어를 쓰고 책은 일본어로 된 것을 읽는다.”

―‘공각기동대’에서 인간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면 ‘아바론’에선 현실공간의 정체성으로 옮겨갔다. 정체성 문제를 천착하는 까닭은 뭔가.

“영화감독은 기본적으로 관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엔터테이너여야한다. 관객들은 현실이 갑자기 모호한 상태에 빠졌을 때 마치 롤러코스터를 탈 때와 같은 쾌감을 느낀다. 그런 점에서 나는 관객들에게 현실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게 하는데 특별한 흥미와 재주를 갖고있다.”

―영화속 애슈의 개는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 또 마지막 장면에서 소녀의 모습을 한 고스트의 미소의 의미는.

“애슈의 개가 어디로 사라졌는가는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비밀이다. 마지막 대사에 그 열쇠가 숨어있다는 것이 힌트다. 소녀의 섬뜩한 미소는 이 세계가 지니고 있는 악의를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정답은 바로 관객 자신의 몫이다.”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