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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문화 캠페인]자원봉사 '힘'도 나눠 쓰세요

입력 | 2001-02-01 18:45:00


1% 나눔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아름다운 재단에 지난달 중순경 특이한 전화가 왔다.

“전 학생이라 가진 거라곤 힘밖에 없어요. 힘을 기부하면 안될까요?” 경기도 광명시 충현고등학교 2학년생 민혜진(閔惠眞·18)양이었다.

민양은 요즘 주 3일씩 재단사무실에 나와 발송작업 등을 돕는다. 시종 웃으며 일하는 민양은 “점수를 따기 위해 하던 자원봉사보다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라서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재단의 기부영역 중에는 ‘힘 1%’가 생겼다.

기부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돈만 기부하는 게 아니다. 자신이 가진 능력과 시간을 이웃에게 나누어 주는 자원봉사활동도 중요한 기부의 하나다.

게다가 자원봉사는 단순히 남을 돕는다는 차원을 넘어 사회통합을 위한 힘을 발휘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경제적 가치도 커서 선진국의 경우 자원봉사로 인한 경제적 가치는 국민총생산의 2∼2.5%에 이른다. 바로 이런 점을 주목한 유엔이 올해를 ‘세계 자원봉사자의 해(IYV)’로 선정하기도 했다.

▼국내 성인참여율 14%▼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99년 한해 390여만명이 4억5100만시간의 자원봉사를 했고 이는 2조3000억원의 경제적 가치로 환산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자원봉사에 대한 인식이나 활동은 아직 미미한 편. IYV2001한국위원회 이강현(李康鉉) 집행위원장은 “99년 조사에서 지난 1년간 자원봉사 경험이 있다고 답한 성인은 14%였다”며 “이는 영국 미국 등의 50∼60%에 훨씬 못미치는 것은 물론 세계 22개국 평균 28%의 절반 정도 수준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대 정무성(鄭茂晟·사회복지학) 교수는 한국사회에서 자원봉사 문화의 확산을 막는 걸림돌로 ‘가진 사람이 없는 사람에게 베푸는 것 정도로 아는 잘못된 인식’을 든다. 실제로 “자원봉사는 다양한 사람이 다양한 형태로 할 수 있다”는 게 아름다운 재단 공미정(孔美晶)간사의 경험담.

“중증 장애아 10여명이 극장에 가던 날 자원봉사자를 구했는데 장애인 청년 5명이 왔어요. 이들이 거동이 자유롭지 않은 아이들의 휠체어를 끌어주고 극장 의자에 앉혀주고 하더군요. 아이들도 더 편안해 하는 것 같았어요.”

▼재능-시간등 나눔운동▼

아름다운재단에는 조리능력, 미용능력, 운전능력, 보일러수리능력 등 소박하지만 자신이 가진 능력을 기부하겠다는 연락이 끊이지 않는다.

전문가들도 힘을 보탠다. 디자인 회사인 ‘디자인이즈’는 아름다운재단의 모든 인쇄물을 실비만 받고 제작해 준다. 아름다운재단의 컨설팅을 무료로 해주겠다고 나선 기업경영 전문 컨설턴트도 있다. 재단의 정책자문단과 실행위원 등으로 활동하는 교수와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가 그룹도 자원활동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위원장은 “자원봉사 문화가 확산되려면 다양한 영역에서 자원봉사의 가치를 인정하고 자원봉사자를 격려하는 사회적 인프라와 제도, 프로그램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