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민족’ ‘한겨레’ ‘한 핏줄’….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자랑스런’ 말들. 하지만 ‘세계화’ 시대에도 과연 이런 말들이 ‘덕목’이기만 한 것일까.
2일 방영되는 (밤 11시5분)에서는 우리 사회의 ‘이방인’일 수 밖에 없는 귀화인의 이야기를 다뤘다.
독일인 이 참, 변호사 하 일 등 방송활동으로 얼굴이 알려진 사람부터 선진국 출신이나 얼굴이 비슷한 화교 출신 귀화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차가운’ 시선을 감수해야 하는 서남아 출신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이들이 한국 사회에서 느끼는 솔직한 심정을 담았다.
1957년 첫 귀화인이 등장한 후 95년 당시 6개국 출신 93명이었던 귀화인은 지난해에는 20개국 출신 278명으로 늘나 우리 사회의 ‘국제화’ 추세를 반영했다.
특히 이 프로그램에서는 95년 광복 50주년을 맞아 만들었던 2부작 특집 ‘이 땅의 이방인들’에 등장했던 귀화인과 귀화를 원하는 외국인의 ‘그 후’를 추적, 그동안의 변화도 살펴봤다.
95년 방송 당시 귀화시험에 떨어져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던 필리핀 음악가 제시 마니폰. 다시 찾아갔을 때 그는 당당한 ‘한국인’이 돼 있었다.
그래도 한 해에 3, 4회씩 비정기적으로 이뤄지는 귀화적격심사에 대해 이방인들은 “한국 5000년 문화는 너무 어렵다” “실생활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어서 비합리적이다” 등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한국인을 배우자로 택한 귀화인의 결혼생활도 명암이 엇갈린다. 95년 소개됐던 말레이시아 여인 치아 세메일라 가족은 문화적 차이를 극복한 성공적인 국제결혼의 예다. 한국인 남편 오춘수씨와 결혼한 세메일라씨는 5년전 어린 두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지 않을까, 그리고 엄마의 나라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가져줄 것인가를 걱정했다. 그러나 현재 초등학생인 아이들은 이슬람교를 믿는 엄마를 따라 라마단기간에는 새벽 5시에 일어나 예배를 보고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슬람 풍습을 따르는 ‘이슬람식 한국 아이’로 자라나 말레이시아 문화를 자랑스러워 한다.
그러나 5년전 출연했던 파키스탄―한국인 신혼부부의 경우처럼 융화될 수 없는 문화적 차이로 헤어진 사람들도 적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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