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를 풍미했던 윈도 95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난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윈도 95 판매를 공식적으로 마감했다. 개인용과 업무용 제품을 통틀어 MS의 최고 성공작 중 하나로 꼽히는 윈도 95는 아직도 많은 기업에서 쓰이고 있다.
PC업체들이 새 컴퓨터에 설치하는 윈도 95의 라이선스 계약은 작년 12월 31일자로 만료됐다. 이에 따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더 이상 새 PC에 윈도 95가 깔려 나오지 않는다.
델 컴퓨터(Dell Computer)는 “2001년 1월 1일부터 델은 더 이상 새 PC용 윈도 95 라이선스를 갖고 있지 않다”고 웹사이트에 공지했다.
MS 관계자는 중간 규모 이상 기업에 대한 일괄 라이선스 판매에서도 윈도 95를 제외한다고 밝혔다. 유일하게 남은 판매처는 하드웨어 업체의 유통망, 소규모 유통업체들과 제조업체들이지만 여기서도 윈도 95 판매는 급격히 감소해 왔다.
컴퓨터 유통업체 제이드 시스템(Jade Systems)의 마크 로마노우스키(Mark Romanowski) 부사장은 “윈도 95는 이제 전설로 남게 됐다”며 “새로 나오는 컴퓨터에는 윈도 95 대신 윈도 2000이나 98이 설치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 윈도 95를 영영 구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고. 로마노우스키 부사장은 “소비자가 윈도 2000을 불편해 할 경우 새 PC에 깔려 있는 운영체제를 지우고 윈도 95나 NT 4를 설치해 줄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윈도 95 이용자들은 지난해 가을부터 전화 서비스에도 돈을 내야 한다. 윈도 98의 경우 2건의 상담전화는 MS에서 무료로 제공하며 판매업체에서는 대부분 그 이상을 별도로 제공한다.
윈도 95는 MS 운영체제 중 가장 성공한 제품 중 하나다. MS는 지난 95년 세계적으로 대대적인 마케팅 공세를 펼치며 윈도 95를 출시했었다. 롤링스톤의 히트곡 ‘스타트 미 업’(Start Me Up)을 배경음악으로 한 TV 광고가 나왔고 MS의 로고가 고층건물에 투사되기도 했다. MS 골프 셔츠를 입은 직원들이 제품을 팔기 위해 전세계를 누비고 다녔으며, 열성 팬들은 윈도 95를 사기 위해 가게 앞에서 밤새 줄을 서기도 했다.
윈도 95는 이전 버전에 비해 기능이 크게 향상됐으며 인터넷 지원이 대폭 강화되어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안에 업무용 PC 운영체제의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가트너 그룹(Gartner Group)의 분석가 닐 맥다널드(Neil MacDonald)는 “윈도 95는 기술적 역량과 안정성 면에서 질적으로 발전된 제품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끊임없는 기술 진보에 따라 윈도 95처럼 인기를 누렸던 제품이라도 언젠가는 밀려나게 마련이다. 윈도 95는 이제 새로 나온 하드웨어를 지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퇴장할 수밖에 없다.
맥다널드는 MS의 윈도 95 퇴출 결정 배경에는 영리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 MS는 지난해 윈도 95를 대체하기 위해 내놓은 업무용 운영체제 윈도 2000를 표준으로 굳히기 위해 기업들의 업그레이드를 유도하고 있다.
윈도 2000의 보급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기 때문에 윈도 95를 구하기 어렵게 하면 소비자들은 자연히 윈도 2000을, 적어도 윈도 98을 사게 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맥다널드는 MS가 소비자들의 업그레이드를 유도하기 위해 다른 방법도 쓰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테면 MS 오피스 최신판인 오피스 10은 윈도 95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게다가 MS는 내년부터 윈도 95 버그 패치도 제공하지 않는다.
맥다널드는 “기업 소비자들에게는 버그 패치나 보안 패치 지원이 안 되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따른다”고 말했다.
물론 윈도 95를 고집하는 사람이라면 구입할 방법은 있다. 델 컴퓨터의 앤 캠덴(Anne Camden) 대변인은 25대 이상의 PC를 주문하는 고객이 윈도 95를 원할 경우 맞춤 서비스를 통해 추가 수수료를 받고 판매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라이선스 계약 만료 시점인 지난해 12월 31일 이후에 윈도 95가 설치된 새 PC를 구입했을 경우 기술지원은 하지 않는다. 도움이 필요한 소비자들은 MS의 유료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지난해 말 이전 날짜로 된 라이선스 계약서가 있는 소비자들은 계약에 따라 윈도 95를 구입할 수 있다.
윈도 95는 MS에게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이 제품을 출시하면서 MS의 매출과 순익이 급증했지만, 역설적으로 MS가 내리막길로 접어드는 계기가 된 제품이기도 하다. 윈도 98, 윈도 Me 등 다른 어느 제품 이상으로 MS와 고락을 함께 한 제품인 셈이다.
또한 윈도 95는 수백만 명의 PC 신규 사용자들에게는 처음 접한 운영체제가 됐다. 그러나 단지 새 운영체제를 원해서 업그레이드하려는 소비자는 별로 없다.
맥다널드는 “윈도 95와 98, 그리고 윈도 98과 Me 사이에 그다지 큰 차이가 없다”며 “아무리 업그레이드를 부추겨도 소비자들은 꿈쩍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씨넷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