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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강화 북부해안 죽어간다…하점공단 인근 오염 극심

입력 | 2001-02-02 18:39:00


“숭어, 장어 등을 가마니로 긁어내던 ‘물 반, 고기 반’의 황금어장이었는데 고기 씨가 말라버렸어요. 등이 굽은 기형어도 나타나고 있으니 이제 ‘살기 좋은 고장’이 아니라 ‘살기 나쁜 고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인천 강화군 송해면의 이환기(李桓基·53)씨가 마을 앞을 휘감고 도는 ‘다송천’을 착잡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강화 지역은 갯벌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만큼 깨끗한 환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그러나 강화의 유일한 공단인 하점지방공단에서 시꺼먼 공장폐수가 마구 유입돼 95년 붕어 수백마리가 집단 폐사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당시 지름 30㎝의 공장 하수관로를 공단에서 2㎞ 가량 떨어진 송해면 당산리 앞 한강까지 별도로 매설했지만 하천의 생태계는 더 나빠지고 있다.

▽한강 유입지점의 오염 실태〓1일 오후 민간인통제구역 내로 북녘 땅이 훤히 바라다보이는 당산리 해병초소 앞 한강. 해병대 사병이 근무를 서고 있는 철책선 너머로 흰 거품과 뒤섞인 시꺼먼 공장폐수가 낮인데도 한강으로 마구 유입되고 있었다.

한 하사관은 “몇 년째 폐수가 한강으로 흘러들고 있지만 아무런 통제가 없다”며 장병들이 심한 악취로 경계 근무를 제대로 서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관할 대대에서는 96년부터 폐수방류에 대한 단속을 인천시 등에 꾸준히 요구해 시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시료채취까지 했으나 아직까지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했다.

▽망가진 생태계〓“수질뿐만이 아닙니다. 공단 반경 3∼4㎞에는 벙커C유 낙진 피해가 심각합니다. 하얀색 차량이 밤새 기름분진에 뒤덮여 아침이면 까만색으로 변합니다.”

하점공단 주변 마을 주민 김모씨(55)는 “공단이 조성된 94년 이후 이런 고통이 계속되지만 단속이 없다”고 말했다.

이발사인 이환기씨는 이 마을 ‘환경 파수꾼’으로 통한다. 그는 일본 환경잡지를 탐독해 오염폐해를 조사하는가 하면 96년 주민 700여명이 서명한 진정서를 감사원 환경단체 등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씨는 “환경호르몬, 공장폐수 등으로 80㏊ 규모의 농지가 황폐해져 가고 개천이 죽어가고 있는데 당국에서는 누구 하나 관심이 없다”면서 “싸우기에도 지쳤다”고 말했다.

▽단속기관의 핑퐁놀음〓하점공단은 당초 공해시설이 들어설 수 없는 ‘농공단지’로 조성하려다 분양이 이뤄지지 않자 ‘지방공단’으로 용도가 바뀌었다. 94년 공장이 들어서기 시작해 현재 염색, 가구공장 등 14개 업체가 가동 중이다.

농공단지의 경우 원래 단속권이 지방자치단체에 있으나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에 따라 하점공단은 경인지방환경관리청의 관할권에 놓이면서 ‘단속 사각지대’와 다름없는 상태다.

경인환경청이 99년과 지난해 하점공단 내 7개 업체를 수질위반 등으로 적발했지만 조업정지 대신 과태료 부과라는 솜방망이 처분만 내렸다.

강화군은 지난해 9월 한강 유입지점의 폐수를 검사한 결과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이 ‘나 지역’ 기준치(120¤)를 초과하지 않은 45.4¤으로 나타나 단속이 어렵다고 밝혔다.

강화군 권태길 환경관리계장은 “사실상의 단속권한이 환경관리청에 있기 때문에 강력한 단속은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으나 경인환경청 관계자는 “정례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농촌지역인만큼 민원이 있을 때 강화군에서도 단속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등 서로 책임을 떠넘겼다.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