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이 무렵, 출판가의 최대 관심사는 전자책(E북)이었다. E북이라는 새로운 출판물에 대한 설렘과 기대…. 그러나 1년 뒤인 지금은 어떠한가?
최근 발표된 두 설문 조사 결과는 ‘지금의 E북’에 대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컴퓨터 전문출판사인 영진닷컴이 자사의 네티즌 5093명을 대상으로 E북 이용 실태에 대해 조사한 결과, 네티즌들마저도 E북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E북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네티즌은 겨우 30% 정도. 종이책을 더 좋아하거나 E북을 이용하지 않겠다는 네티즌이 무려 72%에 이를 정도였다. 보통의 예상을 뒤엎은 조사 결과다. 좀더 구체적으로 보면, 네티즌의 70.47%가 E북을 이용해 본 경험이 전혀 없었고, 1∼4회 이용 경험자가 24%, 5회 이상 이용자가 5%에 불과했다. E북에 대한 최대 불만은 이용이 불편하다는 점이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네티즌들마저 ‘책은 종이로 된 것이 좋다. 그래서 전자책을 이용할 의향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사실. 디지털시대에도 책은 여전히 아날로그적인 것을 좋아한다.
또다른 조사를 보자. 홍익대 대학원의 한 출판학 석사학위 논문에 나오는 E북 독자 의식 조사 결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E북 서비스 사이트 이용자 44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이트 방문 빈도는 월 평균 5회 이상이 33%, 4∼5회가 12%, 2∼3회가 25%였다. 생각보다 이용 빈도가 적었다. E북 사이트방문자 중 E북 구매 비율은 구매가 39%, 무료 E북만 읽어본 사람이 51%였다. E북 사이트에 들어가도 직접 구매하는 사람은 적다는 뜻이다. 선호도에서도 종이책이 E북을 앞섰다.
물론 설문자의 86%가 E북이 경쟁력이 있다고 답함으로써 E북의 미래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두 설문조사는 중요한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다. 책의 경우, 형식 못지 않게 내용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이는 결국 좋은 책을 만들려는 노력과 열성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종이책이건 E북이건 건강한 열정 없이는 어떤 책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 거기 출판의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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