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의 고별공연이 2월3일 오후 6시부터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렸다. '울트라맨이야' 앨범의 활동을 마감하는 이번 공연에서 서태지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히트곡에서부터 사운드 문제로 연주하지 않았던 5집 앨범 수록곡 5곡을 비롯해 양현석과 함께 '컴백홈' '하여가'를 들려주었다.
서태지의 공연장은 종전의 10대 아이돌 스타들의 무대에서 볼 수 없었던, 헤드뱅잉을 즐기는 관객들로 가득했다. '서태지가 결심하면 서태지 마니아는 행동한다'는 말처럼 공연장 1층 5천여명의 관객에게 배정된 스탠딩 지역에서는 열기가 고조되면서 슬램과 점핑의 강도가 점점 세졌다.
직선적이고 저돌적인 하드코어 록의 전파력을 확대하고 있는 외국 하드코어 콘서트와 마찬가지로 서태지의 공연 역시 새로운 음악을 전파하는 장이었다.
콘이 무대에서 독일병정 람스타인, 키드 록 등의 밴드 인지도를 확산시켰던 것처럼 서태지 역시 컴백 무대부터 고별 공연까지의 오프닝을 통해 '디아블로', '닥터코어 911', '실버스푼', '코어 매거진' 등의 하드코어 그룹을 대중 앞에 한발 짝 더 다가서게 했다.
무대 위의 서태지와 그의 밴드의 모습은 '림프 비즈킷'의 공연을 연상시켰다. 림프 비즈킷의 기타리스트 웨스 볼랜드를 연상시키는 원숭이에 가까운 분장의 기타리스트나 엉거주춤 허리를 숙이고 연주하는 베이시스트 그리고 객석으로 길게 빠져 나온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춤동작은 핌프록 밴드들의 그것이었다.
그럼에도 서태지는 그만이 보여 줄 수 있는 전략적인 이미지를 연출했다. 우선 그토록 라이브의 실체를 궁금하게 했던 5집 앨범의 'Take Four', 'Take One' 등의 곡을 뮤직 비디오를 보여주며 함께 연주했고,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의 히트곡 '하여가', '필승' 등의 곡을 통해 관객을 하나로 만들어 나갔다.
서태지 특유의 관중을 휘어잡는 폭발적인 카리스마와 멀티미디어 연출은 관객을 공연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앵콜곡으로 연주한 '너와 함께 한 시간 속에서'를 끝으로 무대 밖으로 사라지는 그의 모습이 공연장의 멀티미디어로 생중계 되는 모습은 그를 바라보는 팬들의 심정을 더욱 아쉽게 만들었다.
6집이 130만장이 넘는 앨범 판매량을 기록했고 공연티켓 판매가 3분여만에 끝나버린 예매 실적이 보여주듯 서태지는 여전히 살아있는 신화의 주인공이었다.
이제 서태지의 모습은 당분간 보기 어려울 듯 싶다. 어떤 음악으로 팬들의 곁에 돌아올지도 서태지 본인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4년 7개월 긴 공백을 깨고 서태지가 돌아왔을 때처럼 또 한번의 허물을 벗는 뮤지션을 향해 '울트라 매나아'들은 그를 향해 태극기를 휘날릴 것이다.
류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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