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최근 한 증권사에서 만든 ‘초고속 인터넷서비스업’ 분석 보고서를 먼저 내밀어봤다. 이 보고서에서 드림라인에 대해 제시한 투자의견은 ‘마켓퍼폼’. 시장 평균 수준의 수익률이 기대된다는 것으로 적극적인 매수 대상은 아니라는 뜻이다.
김일환(金日煥·48)사장은 “당연한 평가”라는 뜻밖의 반응을 보였다. 설명이 이어졌다.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초고속 인터넷사업이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습니다. 지난해만 봐도 기업을 고객으로 하는 전용회선 임대사업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따라서 초고속 인터넷사업 부문만을 놓고 경쟁사들과 비교를 한다면 당연히 한국통신같은 대기업에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
―대부분 드림라인이라고 하면 초고속 인터넷사업만 떠올리는데….
“그런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초고속 인터넷사업쪽은 투자를 확대하지 않고 현상을 유지하는 정도로만 조정한 것이 구조조정의 골자다. 초고속 인터넷사업 부문을 중심으로 30%가량의 직원을 감원했다.”
현대증권 이승현연구원은 “초고속 인터넷사업의 축소는 일단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사업의 핵심은….
“기업용 인터넷 전용선 임대사업을 확대하는 것이다. 아직 국내에서는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NGIP서비스(차세대 인터넷 접속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기존 서비스와의 차이점은….
“기존의 전용회선 서비스에 비해 투자비가 3분의 1밖에 안든다. 소비자인 기업 입장에서도 절반 이하의 가격으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모든 사내 전산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급속히 기존 서비스를 대체해 가고 있는 중이다.”
―그 정도 경쟁력있는 서비스라면 경쟁사들도 도입하지 않겠는가.
“한국통신이나 데이콤같은 업체들은 기존 방식의 회선 사업에 투자한 자금을 아직 회수하지 못한 상태다. 거금을 투자해놓고 ‘본전’도 뽑기 전에 다른 서비스로 당장 전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현대증권 이연구원은 이 부분에서 의견을 달리했다. 한국통신이 초고속인터넷사업 진출을 계속 미루다 지난해 4월 시작하자마자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잠식한 전례를 보라는 것. 이연구원은 “선발업체도 사업성만 확인된다면 투자비를 고려하지 않고 곧바로 진출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화증권 진영완연구원은 “이같은 사업 계획이 뜻대로 이뤄지려면 현 시점에서는 외자유치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설비투자비가 1000억원 정도로 예상되는데 외자유치에 실패할 경우 신규 사업을 대폭 축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이에 대해 김사장은 “몇 군데 업체와 마지막 가격 협상을 벌이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외자유치는 신주를 발행, 매각하는 방식이 유력하며 이와는 별개로 3000만달러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도 임박했다고 덧붙였다.
데이콤과 한통하이텔을 거쳐 지난해 8월 드림라인의 공동 대표로 취임한 김사장은 저돌적인 경영 스타일로 통신업계에서 ‘돌쇠’로 불리기도 한다. 별명답게 김사장은 올해는 흑자 전환을 자신했다. 회사측이 세운 올해 예상 매출액과 수익은 각각 1800억원, 49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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