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초반부터 소니 등 일본의 가전업체들이 미국의 정보기술(IT) 업체들에 주도권을 빼앗기면서 침체에 빠졌다. 소니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95년 소니의 최고경영자(CEO)로 발탁된 이데이 노부유키(出井伸之·63·사진)회장. 그는 취임 직후 ‘디지털 드림 키즈(Digital dream kids)’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굴뚝기업’에서 ‘인터넷 비즈니스 업체’로의 변신을 주창하며 ‘e소니’ 구상을 추진했다.
이데이 회장의 ‘e소니’ 핵심 구상은 ‘클릭 & 모르타르’. 클릭이란 인터넷을 뜻하고 모르타르는 공장 점포 같은 실물자산을 상징한다. 즉 실물(오프라인) 비즈니스의 기반 위에서 인터넷 사업을 전개한다는 의미.
이데이 회장은 “소니나 GM 같은 거대한 리얼(실물)기업이 비즈니스를 인터넷화하는 것이 진정한 디지털 혁명”이라고 말한다.
기존 가전업체로서의 선도적 기술을 인터넷과 접목시킨다는 것. 이러한 구상에 따라 나타난 것이 ‘수직적 수평적 네트워크화’였다.
이데이 회장의 ‘e소니’ 구상은 TV와 워크맨 같은 오디오 비디오 제품을 만드는 ‘굴뚝기업’인 소니를 ‘인터넷 시대의 새로운 제국’으로 바꾸는 계기가 됐다.
이데이는 1000억 엔의 적자를 기록했던 소니를 취임 3년 만에 5200억엔의 흑자업체로 바꿔 놓았다. 92년 이후 마이너스 성장의 극심한 경기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 경제 여건에 비추어볼 때 믿기 힘든 일이었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시리즈는 닌텐도와 세가를 제치고 가정용 비디오 시장을 장악했다. 디지털 카메라와 여권 크기의 8㎜ 캠코더, 바이오 컴퓨터가 잇따라 히트하면서 소니의 성장신화는 다시 계속됐다.
이데이는 13명의 입사 선배를 제치고 회장으로 발탁됐다. 1000명이 넘는 사원들에게 자신보다 많은 연봉을 줄 만큼 초일본적인 리더십을 보였다. 미국의 시사주간 타임지는 지난해 그를 빌 게이츠에 이은 ‘21세기 사이버 엘리트’ 서열 2위에 올려 놓기도 했다.
일본의 경제주간 도요게이자이(東洋經濟)가 일본의 CEO 116명에게 물어 본 결과 이데이 회장은 34명으로부터 ‘개혁성과 국제적 감각이 뛰어나며 독창적인 기술혁신으로 소니를 세계 일류 기업으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평과 함께 ‘21세기형 경영자’의 첫 번째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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