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 이하 영아에 대한 보육수요가 당국과 학계의 예상을 넘어서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처음 확인됐다. 이에 반해 기존 보육시스템은 양과 질에서 이를 전혀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글 싣는 순서▼
- 조기교육에 멍드는 아이들
- 조기교육 찬반 논쟁
- 맞벌이 부부의 육아 고민
- 가정교육의 실종과 왜곡
- "맡아만 줘도 고마워요."
- 끝없는 논란 '보육 vs 보육'
- 손 놓고 있는 국가
▼보육시설 수요 110만명▼
이를 계기로 잣대 없이 표류 중인 0∼5세 영유아에 대한 보육 및 교육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공적 재원을 과감히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동아일보 취재팀이 입수한 ‘영유아 보육서비스 실태분석과 종합대책 수립에 관한 연구보고’를 통해 밝혀졌다. 이 연구는 여성부(당시 여성특위)의 의뢰를 받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6개월간 실시한 조사에 바탕을 둔 것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0∼2세의 자녀를 둔 전국 1748명의 기혼여성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절반이 넘는 53%(927명)가 ‘안심하고 맡길 보육시설이 있다면 아이를 맡기겠다’고 응답했다.
이를 전국 207만명의 영아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110만명에 해당한다. 사실상의 보육수요가 현재 보육시설에 위탁되고 있는 영아 12만여명(6%)의 9배가 넘는 셈이다.
이는 우리나라 영아의 보육수요에 대한 첫 실증적 연구로서 ‘갓난아이에겐 엄마의 손길이 최고’라는 통념에 따라 많은 ‘젊은 엄마’가 직장을 포기하던 추세의 이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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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연구책임자인 김승권(金勝權) 박사는 “우리나라의 경우 영아를 돌볼 수 없어 출산이나 직장을 포기하는 비율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높다”며 “육아휴직제의 확대와 보육모제도 등 다양한 제도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0∼5세의 미취학 아동이 있는 가구의 여성취업률은 27.3%로 기혼여성의 평균취업률 77.9%보다 크게 낮으며 특히 0∼2세의 영아를 가진 여성의 취업률은 20.5%로 더욱 낮다.
▼기존시설도 환경 열악▼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도 “이번 조사결과는 최근 논의 중인 ‘유치원 공교육화’와 더불어 보육문제 전반에 대한 국가적 관심이 시급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특히 영아 보육시설의 확충과 조기 사교육의 폐해를 근절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관련 학계에서도 영아보육시설은 사실상 ‘진공상태’에 있는 반면 ‘조기 사교육 열풍’이 각종 질환성 현상을 낳는 등 극단을 오가는 영유아 보육 및 교육 행태에 대한 국가적 대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편 기존 영유아 보육시설 중에도 자동차도로에 인접(14.4%)하거나 유흥가 윤락가에 위치(2.7%)하는 등 부적절한 곳에 설치된 곳이 21.7%나 됐으며 아이들을 보육시설에 보낸 부모의 60.7%가 실내외 놀이공간이 불충분하다고 불만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