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연주의 신기원이라 할만한 2001년이다.
라인하르트 괴벨이 이끄는 ‘무지카 안티쿠아 쾰른’이 이미 내한연주를 가졌고, 파비오 비온디가 이끄는 ‘유로파 갈란테’, 크리스토퍼 호그우드가 이끄는 ‘아카데미 오브 에인션트 뮤직’ 등이 올해 잇따라 서울 무대에 소개된다.
그러나 숫자만으로 ‘다양성’을 주장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원전연주는 독주자와 대편성 악단 위주로 소개되온 것이 사실.
23일 오후 8시 LG아트센터에서 내한연주를 갖는 ‘쿠이켄 현악 5중주단’은 모처럼 소개되는 원전연주 ‘실내악’ 공연으로 소편성 실내악 팬들의 기대를 모은다.
‘원전연주의 원조’로 불리는 쿠이켄은 지난해 2월 예술의 전당에서 솔로무대를 가져 낯설지 않은 얼굴. 이번에 선보이는 5중주단에서는 그의 형인 첼리스트 빌란트 쿠이켄, 바이올리니스트 프랑수아 페르난데즈, 비올리스트 마를린 티에르, 료 테라카도 등 벨기에와 네덜란드에서 명성을 다진 솔리스트들이 화음을 맞춘다.
최근 네덜란드 중심 원전연주의 일본인 강세를 입증하듯 역시 단원 중에 일본인이 모습을 나타내 눈길을 끈다.
연주 프로그램은 모차르트의 현악5중주곡 중 c단조 K406, g단조 K516, C장조 K515 등 세곡. 무엇보다 ‘우수(憂愁)의 5중주’로 불리는 g단조 5중주곡에 관심이 쏠린다. 40번 교향곡과 같은 g단조에 창작 시기도 비슷한 작품이다.
모차르트 만년 특유의 쓸쓸한 정취가 늦은 오후의 햇볕이 비쳐들 듯 특유의 안온한 정감을 나타내는 원전 실내악 음향속에 어떻게 수놓아질까.
일본 덴온 레이블로 발매된 CD를 가진 소수의 사람만이 이미 그 비밀을 엿보고 있다. 4악장 느릿한 도입부에서 바이올린은 비브라토(손가락을 떨어 표현하는 떠는 음)을 거의 사용하지 않은 채 읊조리듯 서글픈 노래를 부른다. 이어지는 쾌활한 알레그로는 아연할만큼 느릿하다.
쿠이켄은 브뤼셀 음대를 졸업한 뒤 원전연주의 여명기인 1960년대에 독자적으로 원전 현악기 연주법을 복원, 이 분야 네덜란드학파의 풍요한 전통을 수립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지난해 첫 내한때는 한국인 입양아 2명을 키웠다는 사실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3만∼5만원. 02―599―5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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