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에 사는 이모씨(45)는 작년 초 주가가 곤두박질치자 고민하기 시작했다.
99년 삼성전자 한국통신 포철 등 우량블루칩에 10억원 가량을 투자해 수익을 많이 냈는데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한 것. 이씨는 평소 거래하던 증권사 지점장을 찾아갔다.
“종합주가지수가 1000을 넘어서 추가로 오를 여지는 많지 않다. 그렇다고 크게 내려갈 것 같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일단 충분한 수익을 냈으니 잠깐 쉬었다가 금융시장 불안이 해소되면 다시 투자하기로 결정하고 갖고 있던 주식을 모두 팔았다.
또 한번의 고민이 시작됐다. 주식을 팔아 생긴 17억원으로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은 여전히 침체기였고 금융시장 불안과 기업자금난은 계속됐다.
이때 이씨가 주목한 것은 채권. 정부가 저금리정책을 강화해 채권가격이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다. 이씨는 채권투자를 위해 투신사의 국공채 수익증권에 16억원을 맡겼고 1억원은 안전한 은행정기예금에 넣었다.
이씨가 이처럼 발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은 재테크 경험이 풍부한 데다 최신 정보를 남보다 빨리 접할 수 있었기 때문. 그렇다면 서울의 다른 지역이나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작년에 증시에서 어떻게 움직였을까.
▽시장흐름에 민감한 부유층 지역〓작년에 증시 침체 탓에 주식거래는 전체적으로 크게 줄었다. 그 중에서도 부유층이 많이 사는 강남이나 주식 정보에 접하기 쉬운 여의도 등지가 감소율이 컸다. 반면 비교적 소득이 적은 지역에선 뒤늦게 막차를 타고 증시에 뛰어들었거나 재빨리 빠져나오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2000년 전국의 주식약정규모는 890조1211억원으로 99년 1360조365억원에 비해 34.1%나 줄었다. 지역별 감소율은 서울이 36.1%로 경기 26.6%, 제주 25.4%, 전북 29.3% 등에 비해 더 큰 폭으로 줄었다.
서울은 구에 따라 부유층이 많이 모여 있는 종로(45%) 강남(33%) 서초(37%) 중구(43%) 등과 ‘증권 1번지’ 여의도를 끼고 있는 영등포구(36%)의 감소폭이 컸다. 반면 중랑(5%) 용산(26%) 성북(29%) 등은 감소율이 적었다.
금액으로는 서울 강남지역에서만 약정액이 49조2223억원이나 빠져나갔고 중구 43조1644억원, 서초 24조4392억원 등이었다.
대신증권 오병화 대리는 “지난해 금융구조조정과 대우자동차 부도, 환율불안 등으로 증시상황이 불안해지면서 ‘큰손’들이 증시를 떠났다”며 “이들은 투신사와 은행의 안전한 상품으로 많이 옮겨 손실폭이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말했다.
▽정보력의 차이가 수익의 차이〓주식투자에서는 매수 타이밍보다 매도 타이밍이 더 중요하다. 각 증권사와 투신사는 약정고를 늘리기 위해 고액고객을 주된 영업대상으로 삼는다. 따라서 증시와 관련된 고급정보도 고액투자자에게 우선적으로 전달된다.
이 정보에는 단지 매수추천 종목만 있는 것이 아니라 ‘A기업은 주가도 많이 올랐고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으니 파는 것이 좋겠다’며 매도 종목도 알려 준다.
증권사로서는 고객이 주식을 사고 팔 때 모두 수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파는 것도 적극 추천한다.
증권사 관계자는 “거액 전주(錢主)들이 몰려 사는 서울 강남 중구는 우리나라의 주식투자를 선도하는 지역”이라며 “다른 지역 사람들보다 정보력이 뛰어나 매매 시점을 제대로 포착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주요지역 작년 약정액 감소▼
구
증감액
증감율(%)
강 남
―492,223
-33
중 구
-431,644
-43
서 초
-244,392
-37
영등포
-237,312
-36
종 로
-156,088
-45
마 포
-54,952
-35
노 원
-54,709
-31
양 천
-49,714
-29
강 동
-47,906
-32
구 로
-46,206
-34
동대문
-40,208
-35
서대문
-39,846
-35
성 동
-36,329
-28
용 산
-20,336
-26
성 북
-17,965
-29
중 랑
-1,451
-5
(자료 : 대신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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