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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義死者'…물에 빠진 친구 구조

입력 | 2001-02-04 18:46:00


물에 빠진 친구들을 구하려다 숨진 한 초등학생의 ‘의로운 죽음’이 국가적 예우를 받게 됐다.

국무총리 산하 행정심판위원회(위원장 박주환·朴珠煥 법제처장)는 지난해 6월 대구 달서구 도원저수지에서 친구 3명이 익사 위기에 처하자 2명을 구하고 나머지 1명과 함께 숨진 유모군(당시 13세·J초등학교 6년)을 의사자로 인정하기로 4일 의결했다.

행정심판위는 이날 유군 아버지가 낸 행정심판청구사건에서 “‘수영금지구역 같은 위험한 장소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생긴 사고인 만큼 숨진 유군에게도 공동책임이 있기 때문에 의사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보건복지부의 결정은 부당하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심판위는 결정문에서 “목격자 진술과 경찰의 수사상황 보고 등을 종합할 때 유군이 물에 빠져 생명이 위태로운 친구들을 구하려다 숨진 사실이 분명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심판위는 또 “‘의사자’는 직무외의 행위로 타인의 생명 등을 구제하다가 사망한 자를 일컫는다”며 “유군이 친구들과 함께 사고 저수지에 갔다고 해서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야 하는 직무상의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므로 의사자로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정부 관계자는 “이같은 결정은 최근 일본 도쿄(東京) 전철역에서 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숨진 한국인 유학생 이수현(李秀賢)씨 사건에 이어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며 “앞으로 ‘의로운 죽음’에 대한 국가적 예우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자의 유가족은 정부로부터 일정액의 보상금뿐만 아니라 의료비 교육비 지원, 취업 가산점 등의 각종 사회적 혜택을 받게 된다.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