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그룹 김우중(金宇中)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 혐의에 대한 검찰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정치권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김 전회장이 조성한 비자금의 액수가 상상을 초월하는 데다 오랜 기간 정치권과 인맥을 형성해 왔다는 점에서 수사의 파장을 짐작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 전회장은 실제로 노태우(盧泰愚)정권 때 150억원의 정치자금을 노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한 것으로 밝혀져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적도 있다.
▼'김우중 리스트' 소문 돌기도▼
또 99년 김 전회장에 대한 사법처리설이 나돌았을 때 손병두(孫炳斗)전경련 부회장은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김우중회장이 사법처리되면 정재계 인사들이 줄줄이 연루될 것”이라고 말해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손부회장은 “우리 경제의 관행과 시스템 속에서 재벌회장들은 비자금을 조성해 왔고, 김회장도 30여년간 기업을 해오면서 비자금을 조성했을 것”이라고 말해 정재계에 ‘김우중 리스트’가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김 전회장이 이를 무기로 현 정권과 담판을 벌였다는 얘기도 나돌았다. 98년에는 ‘대우가 망할 것’이라는 리포트를 작성했던 국민회의 박광태(朴光泰)제2정조위원장이 갑자기 경질되고, 대우그룹 기조실 사장을 역임한 이재명(李在明)의원이 후임 정조위원장에 임명된 적도 있다.
▼與, 경기고동문 많은 야당 지목▼
현 야당과 김 전회장의 관계에 대해서도 구구한 억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김 전회장이 경기고 출신이라는 점에서 여권 인사들은 상대적으로 경기고 인맥이 다수 포진한 한나라당과 김 전회장의 관계를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수사가 ‘정치자금’이라는 ‘뇌관’을 건드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우선 외국에 있는 김 전회장의 신병확보가 불가능한 상태다. 검찰에 출두한 대우 임직원들은 한결같이 “비자금은 김 전회장이 직접 관리했다”고 진술하고 있어 김 전회장이 입을 열지 않는 한 수사는 겉돌 수밖에 없다.
▼野선 "정부 비호의혹" 맞불▼
그런 가운데 여야는 김 전회장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면서도 의혹의 핵심을 은근히 상대방에게 떠넘기고 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우리는 야당만 했던 사람들인데, 줬으면 한나라당에 많이 줬겠지”라고 말했고, 한나라당 장광근(張光根)부대변인은 “막대한 비자금 조성 과정을 정부가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비호 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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