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 구축을 둘러싼 논쟁이 뜨거워졌다. 조지 W 부시 미국 새 행정부의 주요인사들이 연일 NMD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나서자 러시아 중국 등의 관계자들도 NMD에 대한 반대입장을 더욱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NMD 논쟁은 2001년 전반기 최대의 국제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외교 안보의 양대 축인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 그리고 러시아의 이고리 이바노프 외무장관과 중국 전문가 등의 육성을 통해 NMD에 대한 옹호론과 비판론을 비교해본다.》
▼미국의 강행의지▼
《미국의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은 4일 각각 ABC, CNN 방송과 인터뷰를 갖고 최근 국제적인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 구축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한결같이 러시아는 물론 우방국들과의 협상을 거치되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NMD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두 사람의 발언 요약.》
▶파월 국무장관 "방위체계 전면검토 ABM재고 불가피"
파월 국무장관
미국은 NMD의 구축에 전념할 것이다. NMD가 미국의 국가 이익에 부합하고 나아가 동맹국과 전세계의 이익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재 새 정부는 핵확산금지조약과 미국의 전략무기체계에 관해 심사숙고하는 한편 NMD에 관해서도 신중한 견해를 보이고 있다.
우리는 동맹국들과 이에 관해 협의 중이다.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도 독일에서 개최 중인 국제안보정책회의에서 동맹국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NMD는 어느 시점에서 NMD 구축을 금지하는 탄도탄요격미사일(ABM)협정과 충돌할 것이다. 그때 우리는 ABM이 어떤 방향으로 수정되는 게 적절한 것인지를 놓고 러시아와 협상해야 한다.
동시에 ABM이 더 이상 우리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거나 NMD를 추진하는 데 장애물이 된다면 ABM을 탈퇴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일들이 당장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우방국과 러시아, 나아가 NMD에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과도 완전한 협의를 거칠 것이다. 물론 ‘완전한 협의’라는 말이 (우리의 결정을) 단순히 통보하는 것을 뜻하진 않는다. 결코 일방적으로 요구하거나 명령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우리가 취할 행동에 다른 당사자들의 의견이 반영되길 원한다. 그러나 우리가 다른 견해를 고려하고 있는 만큼 그들도 미국이 유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전역미사일방어(TMD)체제와 NMD가 우리와 동맹국, 나아가 세계의 이익에 일치한다고 믿고 있다.
▶라이스 "핵보유국 관계정비 불량국위협 막아야"
라이스 보좌관
NMD를 추진한다는 것 외에 어떠한 차선의 방안도 없다. 세계는 변하고 있다. ABM이 체결된 1972년에 폴란드는 바르샤바조약기구의 회원국이었으나 지금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일원이다. 러시아도 더 이상 미국의 적이 아니다.
부시 대통령은 핵을 보유한 국가들과의 관계 재정립과 불량국가의 제한적인 위협에 대한 방위 구축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러시아 및 우방국들과 함께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러시아와는 대화를 통해 그들의 정확한 태도를 아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몇 달 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 이란 이라크 같은 국가들의 위협을 인정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과거가 아닌 오늘날 두 나라가 직면한 위협들에 잘 대처해 나갈 수 있도록 새로 건설적인 관계를 만들기 위해 많은 대화와 토론을 갖기를 희망한다.
부시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이미 전화로 의견을 나누었다. 나는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 파월 장관은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대화했다. 분명한 것은 NMD를 추진하는데 있어 미국은 동맹국들의 주장을 고려할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매우 광범위한 협의를 거칠 것이며 독단적인 판단을 내리진 않을 것이다. 러시아와의 협상도 동맹국들과의 협상만큼이나 중요하다.
taylor55@donga.com
▼러시아의 대응-이바노프 서기의 제안▼
이바노프 러시아 서기
러시아는 국가미사일방어(NMD) 체제 구축을 위한 미국의 움직임이 본격화하자 보다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대응에 나섰다.
4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국제안보회의에 참석한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국가안보정책회의 서기(사진)는 “NMD는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며 ABM 협정 파괴는 전략적 균형의 붕괴와 군비경쟁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미국이 ABM 협정의 유지에 동의한다면 러시아는 핵탄두를 1500기 이하로 줄이는 파격적인 핵무기 감축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NMD 구축을 위해 그동안 1972년 구 소련과 맺은 ABM 협정의 개정을 러시아에 요구해 왔다. 이에 대해 이바노프 서기는 ABM 협정의 개정 대신 ‘핵감축 카드’를 내놓은 것.
NMD관련 실험 일지
1997년 1월
요격미사일 이륙 실패
6월
요격미사일, 적의 미사일 탄두와 교란물체 식별 성공
1998년 1월
요격체(Kill Vehicle)가 모의 탄두 정확히 추적하는데 성공
1999년 6월
80km상공서 전역고고도방위체제(THAAD) 미사일 요격실험 성공
10월
요격체, 225km상공서 적의 탄도미사일 요격 성공
2000년 1월
요격체, 적외선 센서의 이상으로 요격 목표를 빗나감
7월
요격체가 미사일에서 분리되지 않아 실패
9월
클린턴 대통령, NMD실전 배치 여부는 차기정부에 위임
2001년 2월
콜린 파월 미국무장관 등 수뇌부, NMD 강행 천명
▼"NMD 구축 자체보다 미 일방적 독주 우려"▼
러시아 정치연구센터(PIR)의 이반 사프란추크 연구원(핵무기프로젝트팀장·사진)은 5일 “러시아는 NMD체제나 탄도탄요격미사일(ABM)협정 개정 자체보다 실은 미국의 일방적 독주를 더 우려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NMD 반대 배경을 설명했다.
또 미국이 국제정세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ABM협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 “형식 논리에 불과하며 군비경쟁을 막자는 협정의 기본 취지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미국이 NMD를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에 관해 “북한 등의 위협은 말뿐이며 사실은 엄청난 핵잠재력을 가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가 파격적인 핵무기 감축계획을 밝힌 것에 관해서는 “군비경쟁 재발 우려를 낳고 있는 미국의 NMD강행 계획에 반발하는 국제여론을 등에 업고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사프란추크 연구원은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아직 국내외적으로 취약하고 NMD에 대한 논리도 정리되지 않아 우선은 러시아와의 대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는 미국과 끈질긴 협상을 계속하면서 3단계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Ⅲ)의 조기 타결이나 세계적인 공동조기경보망 구축 등 타협안을 제시할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kimkihy@donga.com
▼중국의 반발-판지서 연구원 인터뷰▼
판지서 연구원
중국은 미국이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를 추진할 경우 세계 군비(軍備)의 전략적 균형을 무너뜨린다는 이유로 이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중국의 국가정책연구기관인 중국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의 판지서(樊吉社·사진) 연구원은 “NMD는 미국이 주요 국가간 전략무기의 균형을 깨고 일방적으로 군사적 우위를 차지하려는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군축 및 전략무기 비확산문제 전문가.
판 연구원은 “냉전 때는 미국이 먼저 군축과 전략무기 비확산을 제안했으나 구 소련이 몰락하고 자신들이 세계 유일의 초강국이 되자 스스로 이 같은 전략적 균형을 무너뜨리는 이율배반의 길을 걷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대책은 무엇인가.
“미국을 제외하고는 지금의 다자간 전략적 균형이 파괴되는 것을 아무도 원치 않는다. 중국은 물론 유럽과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이들과 협력해 미국의 NMD 추진에 반대할 것이다.”
―그래도 미국이 강행한다면….
“중국은 군비경쟁을 원치 않는다. 군비경쟁은 중국이 당면한 경제발전을 이루는 데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이 NMD를 강행할 경우 러시아는 이를 무력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중국은 아직 그 정도 수준이 아니다. 지금으로서는 마땅한 대책이 없다.”
―미국의 NMD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이 러시아와 동맹을 맺을 가능성이 있는가.
“NMD는 이제 막 얘기가 나온 단계에 불과하다. 미국은 NMD 기술의 기초를 이루는 미사일 요격실험에서 3차례나 실패했으며 NMD 추진에 대한 국내외 반대에 부닥쳤다. 미국이 이를 본격 추진하기 위해서는 세계 각국을 설득해야 하고 미국 내의 반대도 극복해야 한다. 아직 NMD에 대응한 중―러동맹 등을 얘기할 시기는 아니다.”
―NMD 추진계획을 미국이 중도에 포기할 수 있다는 얘기인가.
“아직 단정하기는 어렵다. 향후 2∼3년간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NMD 계획이 그렇게 쉽게 추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 본다.”
―중국은 NMD보다는 전역미사일방어(TMD)체제 구축에 더 촉각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TMD는 정치적인 의미를 갖는 것이지 군사적인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군사기술이라고 할 수 없다. 미국은 TMD계획에 대만이 참여하기를 바라고 있다. 중국은 대만의 참여에 반대한다. 대만도 참여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대만이 TMD에 참여하면 중국은 대만에 무력을 사용할 것인가.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양안(兩岸)간 전쟁을 원치 않는다. 대만이 현명하게 결정할 것으로 믿는다.”
ljhzi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