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와 최희섭은 박찬호, 김병현, 조진호에 이어 메이저리그 무대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장 근접한 선수들이다.
마이너리그에서 꾸준한 활약을 펼친 이들은 이미 팀내 투타 부분에서 각각 뛰어난 유망주로 인정받고 있어 몇 년 후가 되면 박찬호나 김병현 못지 않는 맹활약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이들이 처해 있는 상황은 그리 낙관적인 편이 아니다.
먼저 김선우와 김선우의 소속팀 보스턴의 상황을 살펴보자.
1997년 보스턴과 계약금 100만불에 계약, 미국에 진출한 김선우는 1998년부터 마이너리그 생활을 시작해 올해로 4년째를 맞이한다.
입단 이후부터 팀내의 유망주로 인정을 받아온 김선우는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 끝에 2000년도에는 마이너리그 올스타전인 퓨쳐 게임에도 등판했고 시즌 종료후 벌어진 애리조나 가을리그에서도 인상적인 투구를 선보여 빅리그 진입이 눈앞에 다가오는 듯 했다.
그러나 보스턴의 팀내 상황은 김선우의 이러한 기대를 산산조각내고 말았다.
월드시리즈 우승에 한이 맺혀 있는 보스턴은 이번 스토브리그 기간 동안 노모 히데오, 프랭크 카스티요, 데이빗 콘 등 베테랑 투수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선발진을 강화, 김선우에게 선발 투수의 자리는 고사하고 빅리그에 데뷔할 기회조차 만들어 주고 있지 않다.
김선우는 올시즌도 트리플 A인 포투켓에서 시작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마이너리그에만 4년째 몸담아야할 형편에 있다.
차라리 보스턴이 아닌 전력이 다소 처지는 팀으로 이적을 한다면 김선우는 좀더 빠른 시기에 메이저리그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트레이드 루머만 무성하게 나돌았을 뿐 정작 구체적인 트레이드 이야기가 오고간 적이 없으며 마이너리그 경력이 3년을 넘어 룰 파이브 드래트프 대상자격을 지니고 있지만 40인 보호 명단에 포함되면서 이미 다른 팀으로의 트레이드는 물건너간 상황이 되고 말았다.
또한 마이너리그에 김선우 못지 않는 투수 유망주들을 많은 보유하고 있고 메이저리그에도 이미 충분한 투수들을 보유하고 있는 보스턴이 올시즌 이후에도 김선우에게 쉽게 메이저행 기회를 줄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는다.
김선우는 2000시즌 트리플 A인 포투켓에서 11승 7패를 거두며 팀내 최다승을 기록했으나 6.03에 이르는 높은 방어율은 그에 대한 평가를 절하시켰고 결국은 메이저행을 좌절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김선우는 Baseball America에서 선정한 보스턴의 마이너리그 유망주 리포트에서 4위에 오르며 여전히 팀에서는 큰 기대를 나타내고 있음을 보여줬다.
실제로 90마일대 중반의 위력적인 직구와 평균 이상의 커브 그리고 안정된 컨트롤을 지니고 있는 김선우는 충분히 선발투수로서 대성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김선우는 스트라이크를 너무 많이 던진다는 것이 그의 치명적인 약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점때문에 김선우는 위력적인 구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많은 피안타(130이닝에서 170개)를 허용했고 많은 실점으로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팀리포트에서도 지적했듯이 스피드의 변화를 이용한 투구와 직구 역시 코너 워크의 활용이 완벽하게 이루어져야만 김선우에게메이저리거의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다음은 최희섭과 시카고 컵스의 상황이다.
이미 우리나라 언론을 통해 자주 소개가 된 것처럼 최희섭은 차세대 컵스의 1루수감으로 주목받고 있다. 더구나 팀의 텃주대감이었던 마크 그레이스의 이적으로 인해 최희섭의 빅리그행은 더욱 더 가까운 듯 보였고 빠르면 올시즌 여름에 빅리그행이 가능할 것이라는 성급한 예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컵스의 상황 역시 최희섭에게 결코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 아니다.
컵스는 이번 스토브리그 기간 동안 토드 헌들리를 비롯 론 쿠머, 맷 스테어스 등 1루 포지션 후보자들을 여러명 트레이드 하면서 전력보강에 나섰다.
물론 헌들리는 포수, 스테어스는 우익수가 주 포지션으로 실제 1루수 후보는 쿠머밖에 없지만 수비불안에 시달리는 헌들리가 포수로서 적응에 실패할 경우 1루수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고 스테어스 또한 새미 소사가 버티고 있는 우익수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보인다.
현시점에서 최희섭이 이들을 제치고 팀의 주전 1루수로 기용될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또한 마이너리그 경력이 2년밖에 되지 않고 가장 최근에는 더블 A에서 뛰었던 최희섭의 빅리그행이 올시즌에 이루어질 가능성 역시 희박한 것이 현실인 것이다.
컵스의 마이너리그 리포트는 최희섭을 팀내 유망주 부분에서 3위에 올려놓으며 여전히 팀의 차세대 1루수감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약점으로 경험부족을 지적하며 트리플 A를 통한 경험축적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올시즌 컵스는 쿠머나 또다른 유망주 훌리오 주레타에게 주전 1루 자리를 맡기고 최희섭에게는 경험을 좀 더 쌓인 내년이나 내후년 정도에 빅리그로 올릴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나리오가 예정대로 된다면 최희섭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되겠지만 만약 헌들리가 수비 불안으로 1루수 전업을 선언한다면 최희섭의 입지는 그만큼 좁아질 수 밖에 없다.
이미 다저스에서 포수로서의 능력에 참담한 실패를 경험한 헌들리이기에 컵스로서는 선뜻 그에게 주전 포수 자리를 맡기는 것이 불안할 것이고 더구나 조 지라디라는 뛰어난 수비력을 지닌 포수의 존재로 인해 헌들리의 1루수 행은 단지 가능성으로만 생각할 수 없게되어 버렸다.
모든 것은 시즌이 시작되면 명확해지겠지만 이러한 가능성이 현실로 이루어진다면 우리들이 최희섭의 활약상을 보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할 듯 하다.
컵스는 헌들리와 4년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헌들리는 전성기만큼은 아니지만 한시즌에 30홈런과 100타점 이상은 충분히 기록할만큼 여전히 파워있는 배팅실력을 과시하고 있으며 나이도 이제 31세에 불과하다.
아무리 최희섭이 팀내 유망주라고 하지만 주전 1루수 자리를 놓고 헌들리와 경쟁한다면 결코 주전 자리 확보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김용한/ 동아닷컴 객원기자 from007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