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3집이 200만장의 음반 판매고를 올리면서 이들의 소속사 '싸이더스'는 요즘 축제 분위기다. 그 축제를 흐믓하게 바라보는 이가 있다. 싸이더스 음반사업팀의 정해익(34) 이사다.
3집 발매부터 지금까지 3~4명의 후배 매니저들과 함께 홍보, 방송 출연 등을 진두지휘한 그는 'god' 성공의 일등공신이다.
'god'뿐 아니라 소속사의 다른 가수를 위해 그는 음반이 나오기 전부터 쉴 새 없이 언론사와 방송사를 드나 든다. 그러면서 음반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도 알아보고 어떤 식으로 음악을 알려나갈지 치밀하게 준비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의 일이 단순히 홍보에만 그치는 건 아니다. 소속 가수에게 불리한 스캔들 혹은 사건 보도가 나올 경우 상황을 매끄럽게 마무리짓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기도 한다.
가수의 일거수일투족을 꼼꼼히 챙기는 그의 스타일은 이미 가요계에서는 잘 알려진 일이다. 다듬어지지 않은 재목을 스타로 만들어 내기 위해 때로는 따끔한 질책을 던지기도 하지만 항상 곁에서 격려하고 다독인다. 지난해 HOT 강타의 음주운전 사고가 났을 때도 당사자인 강타가 조언을 부탁해왔을 정도로 인간적인 관계를 돈독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정씨의 가요계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 93년 마약 투약 혐의로 현진영 취재를 할 때 처음 만난 이후 지켜본 그의 매니저 생활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신인 그룹들은 잇따라 고배를 마셨고 솔로 가수 유영진이 한국적인 R&B를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지만 소위 '대박'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럼에도 "언젠가는 잘 되겠죠"하며 털털하게 웃곤 했다. 홍보비가 없어 쩔쩔매면서도 방송사에서 밤을 새며 라디오 방송 횟수를 점검했다.
96년 봄 쯤 다시 만났을 때 그는 몹시 흥분된 모습이었다. 노래와 춤을 겸비한 10대들을 찾아다니면서 공개오디션을 하다 멋진 아이돌 댄스 그룹을 결성했다는 것이었다. 이들이 바로 'HOT'였다.
'HOT'는 보기 좋게 빅히트했고 잇따라 'SES'와 '신화'가 스타 대열에 올라갔다. 속된 말로 몸으로 때우고 끊임없이 머리를 굴린 끝에 그는 아이돌 스타들의 상품성에 주목했고 그것이 결국 주효한 것이다.
매니저가 되려고 지방 우체국 직원일을 그만두고 무작정 상경한지 올해로 12년. 이제 가요계의 '미다스'가 된 그는 'god' 성공의 기쁨에 빠질 틈도 없이 또 신발끈을 조여매고 있는 것 같았다.
"이왕에 시작한 음반 사업 멋지게 펼치고 싶습니다. god는 기존의 팬이 있던 팀이어서 홍보에 어려움이 덜했지만 새로 나올 신인으로 승부수를 던질 생각입니다."
배고픈 로드 매니저에서 시작한 그는 '항상 처음 시작할 때의 열정으로 일한다'는 신념을 지니고 있었다. 헝그리 정신이 펄펄 살아 있는 그의 수수한 모습이 아름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황태훈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