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6일부터 러시아제 방산물자 도입을 위해 러시아 실무팀과 협의에 들어갔다. 9일까지 진행될 실무회담에서는 정부가 옛 소련에 준 경협차관을 상환받는 차원에서 도입키로 한 5억달러(약 6000억원) 상당의 방산물자 품목과 도입규모를 협의한다.
▼'외교적 고려' 성격 짙어▼
이번 회담은 이달 말로 예정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의 방한에 앞서 일종의 ‘선물’을 준비하는 성격이 짙다. 러시아제 무기도입 결정은 지난해 한국이 러시아 잠수함 도입요구를 거절하고 푸틴대통령이 모스크바를 방문한 이한동(李漢東)국무총리와의 면담을 거부하는 등 악화된 한―러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외교적 고려가 크게 작용한 것.
국방부 입장에선 ‘울며 겨자 먹기’식 무기도입일 수밖에 없다. 아직도 각군에서는 성능 등을 들어 러시아제 무기를 선호하지 않는 분위기인 데다 무기도입분 만큼 전력투자비를 희생해야 하므로 기존의 중기 전력증강 계획이 어그러지기 때문이다.
또 러시아제 무기는 우리 군의 항법 통신 무장체계 등과도 달라 이를 개조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한 관계자는 “개조비용이 비싸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도 있다”며 “최종 결정은 연말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군내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미국제 무기 도입 위주로 이뤄져 온 군 전력증강 사업을 다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데다 이를 통해 외국무기업체들의 경쟁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주변국의 눈 때문에 미뤄왔던 전략무기 도입사업을 추진할 수도 있다.
▼전략무기 증강에는 도움▼
현재 국방부가 도입을 검토중인 러시아제 방산물자는 △공중급유기 △대형수송기 △공기부양정 △수송헬기 △생도실습용 훈련기 등이다.
공중급유기는 공군 전투기의 작전반경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전략무기여서 그동안 미국측에서는 한국에 대한 판매를 거부해 왔다. 대형수송기와 공기부양정은 적 후방이나 해안 침투능력을 높일 수 있어 군이 오래전부터 도입을 희망해 왔던 품목이다.
국방부는 본격적인 구매협상을 위해 각국에 파견된 무관들에게 러시아제 무기 거래가격에 대한 정보수집을 지시해 둔 상태다.
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