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두라만 와히드 대통령은 하루 빨리 의회에 나와 비리혐의에 관해 국민이 납득할 만큼 성실하게 해명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의 분노가 커져 불행한 일이 생길 가능성이 큽니다.”
방한중인 라우데 카말루딘 인도네시아 상원의원(52)은 5일 가진 인터뷰에서 “현재 인도네시아에는 중산층을 중심으로 대통령에 대한 실망과 거부감이 거세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 집권당이자 현재 제2당인 골카르당의 3선 상원의원인 그는 10여차례 방한한 지한파다. 카말루딘의원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 대학과 연구소에서 강연을 끝낸 다음 귀국길에 한국을 들렀다.
라우데 의원은 “20여년간 친하게 지내온 와히드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에 몰린 것은 개인적으로 가슴 아픈 일이지만 집권 연립정당이 대부분 등을 돌린 만큼 대통령직을 오래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현재 와히드 대통령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난국 타개책은 의회에 출석해 솔직히 밝히고 국민의 용서를 구한 다음 부통령에게 권한을 대폭 위임하는 길뿐이라고 그는 말했다.
라우데 의원은 “과거 인도네시아에서는 정치인이 금품을 받는 것은 관행처럼 여겨졌지만 이제 더 이상 국민이 용납하지 않게 됐다”며 “와히드 대통령은 이 같은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부통령은 매우 인기가 높고 국민 정서도 지난번 대통령선거 때와는 달리 ‘여성 대통령도 가능하다’는 쪽으로 돌아선 만큼 와히드 대통령이 물러나면 정권을 인수할 것은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그는 불안한 정국을 틈타 쿠데타가 일어날지 모른다는 설에 대해 “국민이 쿠데타를 용납하지 않으리란 점을 군부도 잘 알고 있다”며 일축했다.
이리안자야, 이스트칼리만탄 등 자원이 풍부한 인도네시아 동부 13개 주의 상공회의소 의장이기도 한 그는 “인도네시아 동부는 아직 개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지만 자원이 풍부해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한국 기업의 진출을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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